김석주 편집국장

내년 치러지는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도의원 선거구 문제가 벌써부터 제주지역 최대 이슈가 됐다. 최근 제주지역 인구가 늘어나면서 도의원 선거구 2곳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나 특별법 개정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현행 선거구대로 선거를 치르는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제주도의원은 현재 지역구 29명, 비례대표 7명, 교육의원 5명 등 41명으로 구성돼 있다. 

제주도의회 지역구 및 비례대표, 교육의원 정수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에 규정돼 있다. 이들 도의원 정수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제주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 결국 법 개정 권한을 가진 국회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선거구 조정 문제가 불거진 것은 최근 몇 년새 제주지역 인구가 증가해 지난 2007년 헌법재판소가 정한 시·도의회의원의 상한 인구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헌재는 지방의원 선거구를 평균인구수 대비 상하 60% 편차를 유지하도록 했다. 2016년 12월 31일 기준 제주도 주민등록인구는 64만1597명이다. 1개 선거구의 평균인구수는 2만1779명이다. 상하 편차 60%(1만3067명)를 적용하면 상한인구는 3만4846명, 하한인구는 8712명이다. 현재 선구구별 인구중 하한에 저촉되는 곳은 없다. 반면 제6선거구(삼도1·2동, 오라동)는 인구가 3만5595명, 제9선거구(삼양·봉개·아라동)는 5만2385명으로 선거구를 조정해야 한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도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구성돼 지난해 12월부터 활동에 들어갔다. 선거구획정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도의원정수를 41명에서 43명으로 증원하는 방안과 교육의원 폐지 및 축소, 비례대표 비율을 현행 20%에서 10%로 줄이는 3가지 방안을 검토했다. 선거구획정위은 이 가운데 도의원정수를 43명으로 증원하는 것을 지난 2월 제주도에 권고했다.

제주도와 제주지역 국회의원은 도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을 국회의원들에게 타진해 봤으나 힘들다는 반응이 나왔다. 결국 제주지역 국회의원과 도, 도의회는 3자 합의를 거쳐 도민여론 조사를 통해 비례대표 비율을 현행 20%에서 10%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같은 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거부의사를 밝히자 이마저도 결국 포기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구획정위는 내년 6월13일 지방선거일 6개월 전인 올해 12월12일까지 도지사에게 선거구획정안을 제출해야 한다. 시간적으로 도의원 정수를 조정하기 위한 특별법 개정이 물건너가면서 현행 선거구대로 내년 선거를 치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도의원 선거구 조정 문제를 보면서 도민들은 제주특별자치도의 권한이 약한 것을 새삼 실감하고 있다. 인구 증가에 따라 도의원 정수 조정이 필요한데도 이를 위해서는 특별법을 개정할 수 있도록 국회의원들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선거구 획정 등과 관련해 도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권한을 이양받았다면 이번과 같은 선거구 획정 사태는 없을 것이라는 푸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2006년 출범해 어느덧 11년을 넘어섰으나 여전히 과제는 산적해 있다. 제주발전에 활용할 중앙권한 이양을 위해 지난 4일 결정된 6단계 제도개선도 마찬가지다. 중앙권한 이양 90개 과제를 놓고 중앙부처와 협의를 벌였지만 42개만 반영됐다. 각 부처의 지방형평성 논리에 반토막난 것이다. 지방분권의 선도모델이라고 하는 제주특별자치도의 권한이 이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제주특별자치도 기본 구상대로 제주특별자치도에 헌법적 지위를 부여해 제주도민들에게 최대한 자율적 결정권을 부여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제과제로 제시했듯이 제주를 자치분권 모델로 만들 특별법 개정을 통해 준연방제적 분권 국가를 위한 '1국2체제' 수준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