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사회경제부장 대우

제나라의 이름난 정치가인 맹상군(孟嘗君)은 그의 식객인 풍환(馮驩)에게 설(薛)이라는 땅으로 가서 백성에게 꾸어준 돈의 이자를 받아 오라고 했다. 하지만 풍환은 가난으로 생활고를 겪고 있는 백성을 생각해 맹상군의 허락도 받지 않고 차용증서를 모두 태워버린 뒤, 맹상군 어른이 그들의 빚을 모두 없애줄 것이라 선언했다.

백성은 모두 기뻐한 반면 맹상군은 크게 화가 났다. 훗날에 맹상군이 정치에서 물러나 갈 곳이 없게 되면서 그 주변에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설 땅의 사람들만은 맹상군을 크게 환영했다. 진심으로 감동한 맹상군은 풍환에게 어떻게 이런 위기가 올 것을 알았느냐고 물었고, 풍환은 영리한 토끼는 위기에 숨을 수 있는 세 개의 굴을 파놓고 산다고 대답했다.
이 이야기는 사마천의 사기(史記) '맹상군 열전'에 나오는 이야기로 사자성어인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유래가 된 것이다. 교토삼굴은 꾀 많은 토끼가 굴을 세 개나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는 뜻한다. 즉 사전에 철저한 준비와 지혜로 위기와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피함을 이르는 말이다.

'제주'의 가장 큰 브랜드 가치는 '청정'이다. 청정은 깨끗한 환경을 비롯해 질병으로부터 안전한 곳을 의미한다. '제주 청정'가치는 다른 지역에서 감히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확고한 이미지로 남고 있다. 문제는 '청정'함을 지키고 유지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청정 이미지가 무너질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몇 배나 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제주축산업은 그동안 '축산 청정지역'이라는 확고한 브랜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에는 18년만에 돼지열병이 발병했고, 올해에는 도내 가축농가에서 조류독감이 발병하기도 했다. 전국에서 살충제 계란파문이 확산되면서 제주지역도 전수검사 때문에 출하가 중단되기도 했다.

다행인 것은 돼지열병과 AI 등은 도내 전역으로 확산되지 않고 짧은 시간에 종료됐다. 살충제 계란 파문 역시 제주는 모든 농가에서 미검출되면서 하룻만에 청정지역임이 재확인됐다. 토끼가 세개의 굴을 파서 위기에 미리 대비하듯 제주도 역시 청정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3중·4중 그 이상의 대비책을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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