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초대석] 문창우 주교, 제주교구 부교구장

문창우 비오 신부(신성여중 교장·54)가 15일 이시돌 삼위일체대성당에서 열린 서품식을 통해 제주 출신으로는 첫 주교가 됐다. 문 주교는 '제주의 복음화'를 목표로 앞으로 강우일 제주교구장과 함께 부교구장으로서 제주교구를 이끌며 교회와 도민 안팎에서 소통과 공감, 평화의 제주를 만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올해 제주교구의 교구 설정 40년 역사에서 첫 제주 출신 주교가 됐다. 소감은.

- 주교가 되리라고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는데 갑작스럽게 임명됐다. 한마디로 하느님께서 제 인생에서 사고를 치셨다. 고등학생이 돼서야 세례를 받았고, 국내 학위는 있지만 유럽에 가서 선진적인 가톨릭 공부로 박사학위를 받은 것도 아니었다. 관례상 이상한 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등장 이후 주교를 뽑는 방식이 변화한 영향인듯 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역의 여론 반영을 강화해 학위보다 신자와 함께 할 수 있는 목자를 찾으라고 강론 때마다 강조하셨다. 

제주 출신 첫 번째 주교라는 것도 교구 설정 이전 100년이 한참 넘는 역사속 수많은 수녀·신부님, 신자 등의 삶이 축적되면서 기회가 생긴 것이다. 개인보다 제주교구 모두의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주교의 역할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

사람들은 심판하는 하느님, 상을 주는 하느님으로 생각해왔다. 그런데 예수님의 등장으로 자비와 사랑의 하느님이라는 인식이 생겼고 이를 받아들인 종교와 그렇지 않은 종교간 갈등이 생겼다.

또 지역이 넓어지면서 교회가 신앙의 가르침을 전할 때, 그 지역의 풍습과 혼합되고 변질되는 것을 방어하는 것이 주교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제2차 바티칸 공회와 프란치스코 교황 이후에는 목자라는 표현이 많이 등장한다. 신자들을 잘 이끌면서 자비와 착한 마음, 희생정신, 인간 모든 고통을 끌어안는 사람이 곧 주교라 생각한다.

△어떤 교회를 만들어갈 것인지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주교 문장에서 보통은 모자가 가장 위로 올라가는데, 이번에 문장을 만들면서 가장 밑으로 내려놨다. 

하느님이 이 세상에 메시지를 보내듯이 하느님의 뜻은 1899년 선교사들이 제주에 들어오기 전부터 있었다고 생각한다. 꼭 천주교가 아니더라도 그런 심성을 준비시키셨다고 생각한다.

목표는 제주를 복음화하는 것이다. 제주 안에 드러난 하느님의 뜻을 잘 표현하고 드러내는 것이 곧 복음화이다. 제주를 향한 교회, 제주를 위한 교회, 섬김과 사랑, 기쁨과 은총의 교회로 제주교구가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겠다.

하느님은 종교집단끼리 서로 섹터화 돼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속의 교회를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듯 하다. 교회사람과 세상사람이 서로 열려 있어야 한다. 주교로서 제주를 바라보면서 제주사회에 어떤 기여와 헌신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강정 민군복합항과 제주4·3 등 도민들의 아픔에 대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학생운동 때와 다르지 않다. 성당 안에서 기도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느님께서 이 땅을 구원하기 위해 예수님을 보내셨듯 세상 안의 아파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겠다. 

특히 그동안 헌신해온 강우일 주교의 남은 3년간, 그분과 일치하는게 중요하다. 이는 결국 하느님과 성경의 복음을 따르는 일이다.

4·3은 제주 사람들에게 엄청난 침묵을 강요했고, 특별법 제정에도 아직 치유에는 부족하다. 법 개정이나 배·보상 등 사회적·역사적 관점 뿐만 아니라 인간의 사건인 만큼 인류학·심리학·신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현재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선결조건이라면 미래적 관점에서는 치유가 중요하다. 사죄하고, 용서하고, 화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강정의 경우 기지 완공후에도 해군과 주민·활동가 간 갈등이 여전하다. 서로 갖고 있는 관점만 고집하며 대립하기보다 좀 더 성숙한 대화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유럽의 갈등사례를 참고해 평화학·정치신학 등으로 전문화도 필요하다. 자주 방문해서 현실들을 더 경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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