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스토리> 치유의 숲 호근마을 김희창 죽세공 장인

예전에는 제주지역 마을마다 으레 대나무가 있었다. 대나무가 생활에 요긴하게 쓰였기 때문이다.

대나무를 이용한 바구니 등 다양한 저장용기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생활에 폭넓게 자리하고 있었다.

1970년~80년대에만 해도 가늘게 쪼갠 댓개비로 네모나게 엮은 '동고량'과 '차롱', '구덕' 등은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용품이었다.

용도에 따라 크기도 달랐는데 그중 '차롱'은 떡을 간수하거나 이웃 또는 친척집에 음식을 담아 가지고 갈 때 이용 됐다. 

밥이 남으면 여기에 담아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매달아두어 밥이 쉽게 상하는 것 또한 막아주는 등 제주도민들의 생활 속에 부담 없이 집안 곳곳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돼 왔다.

하지만 플라스틱 용기의 등장 등으로 점점 사라져 지금은 차롱 등 대나무로 만든 바구니 문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서귀포 '치유의 숲' 호근마을에서는 전통의 맥을 이어 대나무로 차롱 등을 만들고 있다.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호근마을회관에는 차롱을 만드는 기술을 전수하는 공간이 마련돼 전통을 잇는 장인정신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그곳에는 바로 김희창 죽세공(竹細工) 장인(78)이 있다.

김희창 장인은 60년 넘게 대나무를 만지고 살아왔다. 부모를 일찍 여의자 먹고살기 위해 13살 때부터 배운 기술이다.

김희창 장인은 "대나무는 제주도민과 뗄 수 없는 중요한 물건이다"며 "마을마다 대나무 밭이 있었고, 대정읍까지 대나무를 구하러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어깨너머로 차롱과 구덕을 만드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 벌써 60년이 넘었다"며 "예전에는 차롱과 구덕을 만들어 법환마을 등 옆 마을에 가서 보리, 고구마 등으로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제 다시 대나무를 잡으니 그동안 걸어왔던 지난날을 회상하게 된다"며 "늦었지만 기술을 전수받으려는 주민들도 생겨나는 등 전통 기술을 대물림해줄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힘껏 잡은 대나무와 칼에는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며 자연의 숨결과 함께 만든 전통의 멋을 담은 따스함이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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