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원 제주대학교 사학과 교수·논설위원

필자가 소속된 제주대학교 SSK(한국사회과학연구) 연구단은 제주를 "공동자원의 섬"으로 정의하고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현대사회가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인간이 자연을 이용하는 방식, 자연의 혜택을 분배하는 방식, 부를 생산?소비하고 폐기물을 처리하는 생활방식,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관한 사고방식 등이 근본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제주대 SSK연구단은 조직되었다.

연구단의 구성원들이 섬이라는 지리적 환경으로 인해 한정된 수원을 가지고 있는 제주에서 지속가능한 이용과 주민의 생존을 위해 종합적 관리가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인식한 제주의 공동자원은 지하수였다. 공동자원으로서 제주 수자원에 대한 김선필 박사의 기술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제주지역은 화산섬이라는 특수한 지리적 환경 때문에 비가 오면 빗물이 모두 지하로 스며든다. 따라서 물이 흐르는 하천이 거의 없다. 제주도민들은 지속적으로 물 부족 현상에 시달려 왔다. 유일한 수자원인 지하수는 제주도민의 생명수로 인식되어 왔다.

광복이후 제주도에 상수도가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1953년이었고, 제주시가 본격적으로 상수도사업에 착수하여 금산수원개발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 사업을 통해 1957년부터 하루 141톤의 수돗물을 제주시에 공급하는 것으로 제주상수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용천수가 없는 중산간 지역으로의 안정적인 물공급을 위한 지하수 개발은 1961년에 본격화 되었고,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지하수 개발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가뭄이 들면 여전히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이 어려움을 해소하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한 것이 1971년 완공된 어승생 저수지다. 1970년대 도민들에게 물을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용천수 상수원 개발과 지하수 관정 개발사업이 병행해서 추진되었다. 10만 6천톤의 용천수를 저장할 수 있는 어승생 저수지의 완성은 제주도 물을 공공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기를마련한 기념비적인 일이었다.

기존의 조사와 연구에 의하면 관정을 통해 인공적으로 뽑아 올려진 것이든 자연적으로 솟아난 것이든 지하수가 시설을 통해 공급되는 제주물의 95%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가뭄에 따른 어승생수원지 저수량의 급감으로 제주 중산간마을 20여곳에 대한 격일제 제한급수가 지난 8월 7일부터 시행되었었다. 50만 톤 규모의 어승생 제2저수지가 건설됐음에도 가뭄시마다 중산간 마을 등이 지속적으로 급수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주는 2013년 7월에 발생한 폭염과 가뭄으로 어승생 저수지 저수량이 감소해 제주특별자치도 수자원본부가 아라동·월평동·봉개동·교래리·성읍리 등 동부 5개 지역과 해안동·금악리·상가리·소길리·유수암리·고성리 등 서부 6개 지역 등을 대상으로 단수 및 격일제 제한급수를 시행했었던 경험을 이미 지니고 있다. 그런데 올해의 가뭄은 2013년보다 더 심각하여 예비지하수와 대체 수원을 풀가동해도 심각한 급수난이 우려되는 상황을 맞이했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가뭄에 대비한 수자원의 관리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도정이 수자원관리에 마냥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은 아닐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수자원관리종합계획 보완계획을 한국수자원공사와 제주연구원에 의뢰해 내년 11월말까지 수립할 계획이라는 지난 6월의 보도가 있었다. 기사에 의하면 수자원환경 변화에 대응한 수자원관리 정책 방향 설정, 향후 추진과제 발굴 등 보다 실효성 있고 지속가능한 수자원이용·관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물을 이용할 수 없을 경우 생존에 즉각적인 위협을 가져온다. 수자원은 제주에 있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공동자원이다. 향후 추진되는 수자원종합계획에서는 근시안적인 이익추구와 땜질처방식의 정책이 아닌, 제주의 생존을 위한 공동자원으로서의 수자원에 대한 지속가능한 보존과 관리방안이 제시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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