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

매년 10월 13일은 핀란드의 '실패의 날(Day of Failure)'이라고 한다. 이 날은 2011년 핀란드의 한 창업동아리가 만든 날로, 평범한 대학생에서부터 유명인까지 자신들의 실패담을 이어가는 날이다. 특히, 지난 2011년에는 핀란드의 대표적인 기업이자 세계적인 핸드폰 기업이었던 노키아가 자신들의 실패를 솔직하게 소개해 주목을 끈 바 있다.  

이 노키아의 고백은 핀란드인들에게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노키아의 실패는 핀란드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으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던 기성세대들에게 오히려 실패의 긍정적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실패의 날 행사는 지금은 전 세계의 30여개 국이 참여하는 국제적인 행사로 발전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실패의 가치를 인정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 유명 기업인 혼다는 한해 동안 가장 크게 실패한 연구원에게 '올해의 실패왕'상과 함께 약 1000만원 가량의 상금을 지급한다. 또, 유명한 모바일 게임회사인 슈퍼셀 역시 실패한 팀이나 사람에게 "실패 축하 파티"를 열어준다고 한다. 조직원의 실패는 곧, 다음의 실수를 막는 방어책이자 소중한 교훈이라는 인식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우리 JDC 역시 이제까지 수많은 실패의 경험을 쌓아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신화역사공원 조성사업이다. 2002년부터 7대 선도프로젝트 중 하나로 선정되어 추진된 이 프로젝트는 투자유치 과정에서 무수한 실패를 맛봐야 했다. 2002년부터 2013년까지 국내·외 기업과 약 10번의 MOU 및 MOA를 체결했지만 사업 특성 및 환경적 이유로 모두 무산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실패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부적 역량을 제고하고 투자 계획을 조정하는 등 유치에 계속 주력한 끝에 2013년 8월 <란딩국제발전유한회사>와 성공적인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그 결과 국내 관광산업 분야에서 단일 규모로는 최대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11억불/'17.8월 기준)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올해 내로 테마파크 및 호텔 등이 순차적으로 개장되면서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리조트로서의 위용을 갖추게 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사례만 있을 순 없다. 필자를 비롯해 우리 조직, 우리 사회 모두가 여전히 많은 실패를 겪고 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우리는 여느 때보다 창조적인 생각을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창조적인 아이디어들이 도출되고 실행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실패와 좌절이 동반될 것이다. 그러한 일들이 단지 에피소드로 끝날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조직과 사회에 가치있는 교훈을 만들어 낼 것으로 확신한다. 

"실수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은 단 한번의 시도도 하지 않은 사람이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이제는 실패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적극적인 도전을 격려해야 하는 시대다. 나의 실패를 당당히 인정하고, 이 경험을 효과적으로 공유한다면, 개인과 조직을 넘어 우리 제주지역 사회발전의 큰 자양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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