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순덕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논설위원

문화는 아주 평범해 보이면서도 개인과 국가의 품격을 높여줄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문화마을, 문화도시, 문화수도, 문화국가, 문화강국, 문화시민 등 문화를 적용하여 다양한 합성어 만들기는 지속되고 있으며, 이러한 용어는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문화를 붙잡고 있기만 해도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으며, 정체성이 분명해 지는 지속 발전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국가와 도시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자신들의 역사와 전통을 유지하면서 고유한 문화를 전승하는데 노력하고 있으며, 이때 지역의 고유한 문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나름대로의 문화정책을 추진한다.

그렇다면 제주도는 문화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까? 제주도는 신화(삼성신화)시대부터 현재까지 풍부한 역사문화자원을 갖고 있으며, 1947년 제주도제 실시(2017년 71주년이 됨)이후 경제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반면 문화의 발전 정도를 파악하는 데는  가시적인 측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문화 욕구에 대한 개인적 편차가 크기 때문에 문화적 성장을 진단할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제주도가 '세계 평화의 섬' 지정(2006), 유네스코 3관왕(제주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2011)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칠머리당영등굿'이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2009)되었고,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등재(2016)되는 등 제주의 문화도시 이미지를 한껏 높여주었다.  

반면 문화수도, 문화도시, 문화예술의 섬 등은 문화라는 단어가 앞머리에 들어가면 약간은 허상적인 지표를 떠올리게 되며, 이러한 지역을 만드는데 뭔가 좀 손에 확 잡히는 실체가 드러나 보이지 않는 느낌이 든다.

문제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는 국정목표 3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편 '자유와 정의가 넘치는 문화국가'를 전략으로 내세우고 '지역과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생활문화시대'(100대 국정과제)를 포함하여 문화도시든 문화생활이 거창하거나 일반인과 유리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우리들이 잘 알고 있고, 생활화되어 있는데, 이를 좀더 구체화하고 문화의 생활화를 인정하면 되는 것들이다. 이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바라는 문화예술의 생활화는 결국 개인들의 인식 변화와 적극적인 참여의지가 뒤따라야 함을 의미한다.

매년 8월이 되면 제주도에서는 '제주국제관악제'와 '제주국제관악콩쿠르'가 개최된다. 필자는 올해에는 반드시 이 관악제에 참여하여 나름대로 문화생활을 체험해 보려 했다. 그래서 공연 장소, 시간 등 전체 일정을 확인하고 기다렸는데, 막상 개막일이 다가오니 소극적으로 참여하려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특별한 때만 되면 자신들이 시간을 내어서 무엇을 향유하고 싶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소외된다며 불평과 불만을…. 핑계거리를 찾는 셈이다. 문화예술을 향유하기 위하여, 문화예술 활동에 직접 참여하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물론 개인에 따라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은 문화격차를 논할 수 있다.  

지난 2년간 제주사회에 회자된 말이 '문화예술의 섬'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제주도에, 또는 사람들에게서 문화예술의 요소들이 묻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문화예술의 섬은 단기간에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문화예술을 생활화하고, 그 향기가 퍼지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문화도시, 문화시민' 등은 가까운 미래 제주도의 또 하나의 브랜드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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