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이경용 의원

최근 '4차 산업혁명'이란 화두가 변화를 갈망하는 대한민국 정치·경제의 대표 키워드화가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의 거의 모든 정책적 목표에 4차 산업혁명이란 키워드가 선명하게 자리잡고 있으며, 그 화두를 선점하려고 서로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거쳐 현재 문재인 정부의 '4차 산업혁명'까지 나타나고 있는데 국민 한사람으로서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키워드의 남용은 그것이 가지는 본질은 외면한 채 과학과 기술에 대한 환상과 막연한 기대를 하게 만들 뿐이다.

문재인 정부의 4차 산업혁명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아직 4차 산업혁명이라는 총론 수준의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만 이야기하고 있다. 핵심 기술인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Big Data), 인공지능(AI) 등에 대한 혁신 방법론 및  발전을 위해 구체적인 전략과 고민을 하지 않는 모습이다.

제주도 또한 마찬가지로 이러한 기술 변화의 패러다임 시류를 대응해야할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제주는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갈 핵심 인력과 기술 및 산업의 부재로 인해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제대로 맞이하고, 이끌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제주의 기술과 인재의 부재를 해소하기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을 통한 인력 양성은 해결해 나간다 하더라도 단기적 관점에서 우리 제주가 가진 기술 경쟁력과 전문 인력의 공백으로는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필자는 핵심 인재의 유입과 관련 전문 기술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단기적인 접근방안으로 글로벌 인재들과 함께 연결되는 창업 생태계 조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스타트업의 성패는 스피드가 좌우하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의 산업 전략보다는 발빠르고 기민하게 작동할 수 있는 지역 단위의 작은 생태계에서 꽃을 피우는 것이 세계적 흐름이다. 최근 잘 나가는 전 세계의 스타트업 성지들을 꼽아보면 대부분 샌프란시스코, 심천, 런던, 파리, 베를린, 비엔나 등 특정 도시가 중심이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를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중앙 정부의 기획이나 지원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지역의 어느 도시라도 나름의 '혁신 생태계'를 만들어 볼 수 있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대부분의 지방정부들은 중앙 정부로부터 더 많은 '국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할 뿐, 지역의 혁신 생태계를 어떻게 기획하고, 만들어낼지에 대해 구체적인 고민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지역의 '창업 생태계'는 매우 중요하다. 스타트업의 초기, 중기에 성장단계에 따라서 투자해주고 코치해주는 투자자들, 컨설턴트들의 다양하게 존재하고, 서로 끌어줄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 줄 수 있어야 한다.

창업 생태계는 불확실성과 실패와의 싸움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어떤가. 실패를 두려워하고,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다. 실패하지 않는 방법은 간단하다. 도전하지 않는 것이다. 기존 기술과 산업이 닦아 놓을 길을 따라가는 것이다. 이런 폐쇄적인 창업 생태계는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는다. 도전을 하고, 실패를 해도 다시 일어나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 동안 제주는 '스타트업-창업-벤처-글로벌화' 등에 대한 역량과 전문성이 부족하다 보니, 제대로 된 창업생태계를 조성해 보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제주만의 창업생태계를 통한 우리의 미래 경쟁력을 준비해야 한다.

4차 산업 혁명이라는 새로운 변화 속에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창업 생태계를 조성해 제주 지역내 혁신적인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기술기반의 창의적인 공간이 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연결하고 함께 미래를 만들어갈 협력적 공간으로 될 수 있도록 사회적 자본과 역량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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