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상하수도본부 '의무 없다' 이유로 수질검사 미흡
녹물 등 위생 불량 민원 접수해도 제주시 '묵묵부답'

사라봉공원 정상에 설치된 음수대의 외벽에 녹물 흐른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고경호 기자

제주지역 공원 등에 설치된 음수대의 수질 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질검사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다 위생 불량 민원이 접수돼도 수년째 방치하는 등 행정당국이 도민들의 '물 안전'을 되레 위협하고 있다.

21일 오전 제주시 사라봉공원을 확인한 결과 도민과 관광객 등 수많은 이용객들이 정상에 설치된 음수대에서 목을 축이고 있었다.

제주시에 따르면 해당 음수대는 사라봉 이용객들의 식수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절 등 인근 시설에도 연결돼 상수도를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음수대 외벽에는 녹물이 흐른 자국과 함께 타일 사이로 곰팡이가 피어나는 등 위생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특히 음수대 옆 심하게 부식된 철판을 들어내자 물탱크에 연결된 상수도관 위로 각종 해충까지 득실거리고 있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제주도 상하수도본부는 현재까지 해당 음수대에 대한 수질 검사를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도 상하수도본부 관계자는 "수도법상 공원 등에 설치된 음수대의 수질검사는 의무가 아니"라며 "다만 자체적으로 1년에 한 차례 임의적으로 선정한 60곳을 대상으로 수질을 검사하고 있지만 사라봉 정상의 음수대는 포함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치수당국이 수질검사조차 하지 않은 검증 안 된 물을 도민들에게 그대로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사라봉공원 정상에 설치된 음수대 외벽 타일 사이사이에 곰팡이가 피어나는 등 위생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경호 기자

이날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사라봉공원을 관리하는 제주시의 무책임함도 지적했다.

시민 강모씨는 "2년 전 제주시에 물탱크 청소를 수차례 건의했지만 단 한번도 실시하지 않아 직접 장비를 들고 와 물탱크를 청소했다"며 "당시 물탱크 내부에 철근으로 만든 간이 계단이 발견됐는데 녹이 슨채 방치돼 있었다. 이용객들이 녹물을 마시는 것과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애초 음수대 자체가 철골로 지어져 녹슬 수밖에 없다. 새로 설치해야 하는데도 제주시는 녹을 가리기 위해 타일을 덧붙여 놨다"며 "땜질식 행정 때문에 지금도 음수대 외벽에 녹물이 흐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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