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남 교육문화체육부 차장대우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동물복지(animal wefar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산란계 대부분은 A4 용지 한 장도 안 되는 크기의 우리에 갇혀 평생 알만 낳다 죽는다. 야생 닭은 땅에 몸을 문지르는 흙 목욕으로 진드기 같은 해충을 없애지만 밀집 사육되는 닭은 그럴 여건이 되지 않으니 살충제를 뿌릴 수밖에 없다는 게 양계업자들의 주장이다. 살충제 살포가 반복되면 해충의 면역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살충제 독성 성분이 강해지는 악순환이 이번 살충제 달걀 사태를 낳았다. 소의 대표적인 질병 가운데 '고창증'이 있다. 수의사 국가고시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고창증에 걸린 소는 위에 가스가 가득 차서 주변 장기를 압박하고 심한 경우 사망하기도 한다.

그런데 소가 고창증에 잘 걸리는 것은 사료 때문입니다. '마블링'을 만들기 위해 풀이 아니라 농후사료(옥수수, 콩 등의 곡류를 주원료로 한 사료)를 먹이면 위의 산도가 증가해 소의 4개 위 중 1, 2위에 가스가 차게 되는 것이다. 고창증은 소라는 동물이 본래적으로 갖는 질병이 아니다.

호주의 철학자인 피터 알버트 데이빗 싱어(Peter Albert David Singer)가 1975년 쓴 책 「동물해방」(Animal Liberation)은 동물권에 관한 논의를 촉발시킨 저작으로 유명하다. 「동물 해방」을 통해 잘 알려진 개념 중 하나가 '종 차별주의(speciesism)'다. 즉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의 원칙에 비춰볼 때, 행복이나 고통 등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신경계가 발달한 생물체(예를 들어 유인원, 개, 돼지 등)가 인간에 비해 차별받을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곧 인류가 오랫동안 개나 돼지를 인간보다 못한 것으로 본 것은 과거 인종이나 성별 등을 두고 차별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지금의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에서 을지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살충제 계란 파동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또한 공장형 밀집 사육 개선 등 동물복지와 위생을 포함한 근본적 축산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먹거리 안전 문제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다. 이번 만큼은 가볍게 넘어가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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