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정치부차장대우

공명첩(空名帖)은 말 그대로 이름이 적혀있지 않은 임명장으로 조선시대에 나라에 공을 세우거나 흉년이나 전쟁 때 곡식을 헌납한 사람들을 치하하기 위해 벼슬직함을 주는 제도다. 

그런데 전쟁 등으로 나라 재정 상태가 어려울 때 돈 많은 양민들에게 돈과 곡식을 받고 공명첩을 팔기 시작하면서 본질이 훼손됐다. 

비록 허울뿐인 자리였지만 양반의 수가 늘어나면서 양민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문제점이 드러났으며, 돈으로 산 벼슬을 과시하는 사례가 생기면서 신분제도도 문란하게 됐다.

제주도는 2004년부터 정무부지사 등 공직 후보자 인사 청문 규정에 의해 고위 공직자가 될 사람들의 자질을 검증하는 인사청문회를 도입, 시행하고 있다.

특히 2014년 이지훈 제주시장 선임 문제로 홍역을 치른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행정시장 인사청문회 카드를 꺼내 들면서 행정시장도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됐다. 

제주도의회는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인사청문 대상자가 앞으로 맡게 될 공직을 수행하는데 적합한 도덕성과 업무 능력, 자질, 해당분야의 전문성 등을 고루 갖추고 있는지를 점검한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10일 차기 서귀포시장 예정자로 이상순 전 도농기원장을 지명했다.

이번 인사는 새로운 행정시장을 뽑아 10개월 동안 서귀포 시정을 맡기는 것으로, '내년 지방선거용 인사', '친정체제 구축' 등 많은 논란 속에 이상순 예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오는 9월1일 열린다.

제주도의회 인사청문특위는 서귀포 시정을 책임질 이 예정자에 대해 철저한 검증의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임기 1년을 남긴 시장 교체로 지체할 시간적 여유가 없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자격 없는 사람에게 서귀포 시정을 맡길 수는 없는 일이다.

서귀포 시민은 물론 나아가 제주도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철저한 검증을 인사청문특위에 주문한다.

행정시장 자리가 지방선거를 위해 자리를 주는 '공명첩'이 되지 않도록 오히려 더 철저한 검증을 하고 문제가 있다면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그것이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한 취지고, 도민들이 도의원들에게 청문 대상자를 검증하도록 한 이유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