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성 편집상무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던 건설경기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요즘 도내 레미콘업계를 비롯한 건설현장에서는 폭풍전야의 분위기가 감돈다. 건축 등 각종 공사현장에서 필수적인 바닷모래 공급이 끊길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육지부와 달리 강모래가 전무한 제주지역에서는 모래 소요량 전량을 다른 지역에서 반입되는 바닷모래에 의존하고 있다. 미장·블록 제조용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한 바닷모래 대부분을 레미콘업체에서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의 바닷모래 채취업 등록업체들이 국토교통부 허가를 받아 서해·남해 EEZ(배타적 경제수역)에서 바닷모래를 채취하고 있는데 대해 수협과 어업인들은 어장 황폐화와 어족자원 고갈 등의 이유를 들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정부가 국책용에 한해 바닷모래 채취를 허가했던 점에 비춰 어민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정부는 2008년 부산신항만 건설 등 국책사업에 사용할 골재가 필요하다며 경남 통영시 욕지도 부근 남해 EEZ에 골재채취단지를 지정한 이후 서해 EEZ로 확대한데 이어 2010년부터는 민수용으로까지 허가를 주기 시작했다. 1년 허가물량이 1500만㎥ 안팎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85% 정도가 민간용으로 공급되는 등 본말이 전도됐다고 어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올해 초 남해 EEZ 바닷모래 채취를 전면 중단한 가운데 도내 수급물량을 100% 책임지고 있는 서해 EEZ에서의 1년치 허가물량이 벌써 거의 소진돼 대양해운㈜, 일광산업㈜, ㈜한라해운 등 도내 3군데 바닷모래 채취업체는 물론 레미콘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제주도와 이들 3개 업체에 따르면 서해 EEZ에서 허가를 받은 올해분 123만9000㎥ 중 8월 현재 1개 업체 8000㎥ 가량만 남아 나머지 업체는 지난 10일 경부터 사실상 휴업에 들어간 상태라는 것이다.  

도내 업체가 육지부에 판매한 물량을 제외한 60여만㎥에다 육지부 바닷모래 채취업체가 도내에 들여온 물량을 합치더라도 총 공급량은 100여만㎥에 불과, 올해 소요 예상량 215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24개 레미콘업체를 회원사로 둔 제주도레미콘공업협동조합(이사장 고성호)은 최근 채취허가물량을 늘려주도록 국토교통부에 건의해줄 것을 제주도에 요청한 바 있다.

레미콘조합은 다른 지역과 달리 강모래나 개답사(모래가 퇴적된 하천이었다가 지형이 바뀐 논에서 나오는 모래) 등 대체골재가 전무한 제주지역의 특수성을 고려, 제주에만 별도로 증량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합측은 그렇지 않으면 재고로 근근이 버티고 있는 레미콘업체들이 이달 하순경부터는 하나둘씩 조업 중단이 불가피, 대다수 공사현장이 멈출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또 바닷모래 공급이 달리다보니 종전 ㎥당 1만8000원에서 요즘에는 최고 2만7000원까지 폭등, 건축비 상승 요인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각종 건설공사가 중단될 경우 2만명이 넘는 근로자들이 생계에 큰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앞으로 제주신항만이나 제2공항 건설 등 바닷모래가 대량으로 소요되는 국책사업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반문하고 있다. 여기에다 제주는 물론 전국의 바닷모래 채취업체들이 허가물량 증량을 요구하며 파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모래대란이 가시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바닷모래 채취업계에서는 바닷모래 채취료를 ㎥당 1000원만 올리더라도 1000만㎥면 100억원이라며 현행 1600원선인 채취료를 대폭 인상, 어민 복지와 어족자원 증식사업 등에 투자해 상생하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바닷모래 채취업체나 레미콘공장이 문을 닫아 건설현장에 일대 혼란이 오기 전에 정부와 지자체, 관련 업계가 타협점을 찾아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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