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정치부 차장

탓. 부정적인 현상이 생겨난 까닭이나 원인이란 뜻으로, 구실이나 핑계로 삼아 원망하거나 나무라는 일이란 의미다. 속담에 '잘되면 제 탓 못되면 조상 탓'이 있다. 일이 안 될 때 책임을 남에게 돌리고, 잘 되면 자기가 했다는 태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최근 이른바 '살충제 달걀'과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처신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국회에 출석한 류영진 식약처장은 국무총리의 업무 질책을 '짜증'으로 표현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이어 "직원들이 조금 소홀히 한 부분이 있었다"라며 '직원 탓'을 해 국민으로부터 공분을 샀다.

원희룡 지사는 그동안 감귤 혁신 5개년 계획, 재활용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대중교통체계 개편 등 도민 생활과 밀접한 현안 해결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원 지사는 '불통 도지사'란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이 사실이다. 감귤 혁신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발표할 당시 제주도는 이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농가 의식 전환'을 내세웠다. 그동안 농가가 잘못했기 때문에 감귤 산업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재활용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역시 도민들이 무분별하게 쓰레기를 버리면서 도심 미관이 저해되고, 매립장이 포화 단계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 출발한 것으로 도민 사회가 받아들이면서 반발하기도 했다. 대중교통체계 개편 역시 그동안 엄청난 혈세를 투입하고도 실패로 끝난 각종 교통·주차 정책에 대한 행정 당국의 책임은 슬그머니 뒷전으로 한 채 교통난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감소란 명분을 내세워 도민에게만 불편과 희생을 강요하는 모양새다.

청정과 공존을 내세운 원 지사는 제주에서 진행되거나, 예정된 각종 개발과 관련해 "전임 도정이 이미 인허가를 완료했거나, 추진하던 사항"이라며 이전 도지사 탓을 했다. 제주시 역시 최근 제주시민복지타운 지구단위 계획 변경과 관련해 규제 완화를 추진하다가 '행복주택 반대 무마용'이란 비판에 직면하자 "전임 시장이 발표한 사항을 행정의 연속성 차원에서 추진했던 것"이라고 해명하는 등 전임 시장에게 책임을 돌렸다. '네 탓이오'가 아닌 '내 탓이오' 행정이 실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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