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성 전 제주도의회 의장·논설위원

퇴직을 코앞에 둔 후배와 퇴직 10년차가 마주하여 허심탄회 이야기를 나눈다. 후배는 퇴직 후 최소한 20년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함을 토로한다. 반면 70에 가까운 노년은 이제부터라도 계획을 세우고 스스로 자기 삶을 주도해야 나가야 한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 이제 모든 게 끝났다 적당히 지내다 부를 때 가면 되겠지 하는 체념도 빼놓지 않는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남성 79세 여성은 85세이며 정년은 50대 후반에서 60세다. 요즘 신문 부고 란에 실린 망자도 80세 전후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100세시대가 눈앞에 다가서고 있는 것도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평균 수명 80년을 기준할 때 정년 60세의 잔여기간은 20년이며 100세 시대에 들어서면 40년을 더 살아야한다. 은퇴 후 방황하는 삶이라면 가혹한 짐이다.

편도 승차권 한 장 손에 쥐고 시작된 인생여정은 정년을 분기점으로 일모작과 이모작으로 확연히 갈린다. 일모작은 출생에서 시작되지만 이모작은 인생의 종점 죽음에서 막을 내린다. 이는 예외 없는 인생 이정표로서 귀천 없이 숙명적으로 건너야 하는 여정이므로 시간과 기회를 놓쳐 후회 하는 일이 없도록, 괘도를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한다.  
그렇다면 인생 여정의 시작과 끝인 일모작과 이모작은 각기 어떤 모습 일까.  일모작은 학업, 취업, 결혼, 가정, 출산 등 꿈을 향한 도전과 성취 성장의 시대라  할 것이다. 

반면 이모작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설까?.

어느 사이 머리는 희끗희끗 새지고 얼굴은 주름으로 폐이고 기력은 떨어지며 일터에서 밀려나 안정 소득이 없어지고 가족과 사회의 짐이 되는 신세.   잠시 일었다 스러지는구름 일 뿐이라는 두려움과 회의감이 앞서는 시대. 노(老) 병(病) 사(死) 가 사계절처럼 어김없이 다가서는 시기, 인생의 영욕, 관계 모든 것 버리고 홀로 맨손으로 가야하는 만(晩)년, 그래서 살 준비와 죽을 준비를 같이하며 살아가야하는 인생 총 정리 마감의 시대인 것이다..

인생이모작은 사전 철저한 준비를 마치고 출발해야한다. 

우선 바른 정신을 세워야한다. 품위와 자립 이것은 이모작 인생이 지향해야 할 최선의 가치다. 늙었다고 포기하지 말고  스스로 자신을 가꾸며 노력해야한다. 희망을 포기하고 도움만을 바라는 마음은 자신과 사회에 백해무익 하다.  젊은이들이 출퇴근하는 번잡한 시간을 피하여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이전까지만 지하철을 이용하는 런던 노인들의 지혜와 성숙한 배려를 교훈으로 새겨야한다.

또한 오랜 연륜에서 얻은 경험과 원숙한 지혜를 바탕으로 새것 새 일을 시작하고 열중함으로써 가족과 사회에 기여하는 일원이 되도록 자신에 대한 설득과 엄격한 통제와 진지한 관리가 필수다. 특히 건강과 경제를 철저히 준비하여 자녀와 사회의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철저한 준비는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함은 물론 자식보다 더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훌륭한 건축물은 좋은 설계가 전제 되듯이 이모작 인생도 미리 준비하면 건강하고 품위 있는 여정이 되겠지만 조직에 안주하다 준비 없이 물러나면 얼어붙은 땅에 씨앗을 뿌리는 무모함과 고난이 따를 뿐이다. 특히 이모작 성공이 전 인생의 성공임을 명심하고 건강, 재산 일감 가족관계 장례에 이르기까지 마라톤 주자가 골인지점을 앞두고 혼신의 힘으로 달려가듯 있는 힘, 정성 남김없이 쏟아야한다. 이는 인생을 마감하는 시기에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다. 부정적인 생각보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정열적으로 이모작을 준비하자. 

끝으로 은퇴자의 소중한 경험과 지식이 사회자원으로 유용하게 활용 되도록  뒷받침 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적 고민을 당국에 제안한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