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모 한국폴리텍대학 제주캠퍼스 융합디자인학과 교수, 논설위원

언제부턴가 주택가, 골목길 할 것 없이 양쪽으로 늘어선 채 주차되어 있는 차들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좁은 골목길에서 좌우의 차량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써 봐도 제자리걸음 일 때도 있다. 대문을 열고 뛰어나오는 아이를 마주할 때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차량으로 가려져 시야 확보가 되지 않아 교차로 인지표시(삼거리일 경우 지름 50㎝ 크기로 노면에 'Y'를 표시)를 고민해 보기도 한다.

제주도내 주차난으로 인해 불쾌지수·위험도 UP, 도민안전·행복지수 DOWN이 현실화 되었다. 지난달 보도되었던 공기업 민원인 주차 통제의 내면 또한 "지하 주차장을 개방할 경우 민원인이 아닌 주변 주민들의 장기 주차가 우려돼 불가피하다"며 고충을 내비치기도 했다.  많은 주민들이 주차 공간을 선점하기 위해 집 앞 도로에 화분과 물통, 라바콘 등을 설치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라 여겨진다. 

이에 대해 제주시 관계자는 "지속적인 단속은 하고 있지만 뾰족한 근절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며 "무엇보다 시민의식 강화가 필요하다"고 호소했지만 주차거버넌스 구축이 아직까지는 미완성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2007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차고지증명제를 중·소형 가릴 것 없이 하루빨리 확대 시행했으면 한다. 이 제도로 제주시 지역 자가용 자동차 신규 등록 대수가 전년보다 14% 가량 줄고, 자기차고지 갖기는 전년대비 3.6배 증가된 것으로 집계된 바 있어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데 일조를 하고 있음이 입증되었다. 그리고 도민 밀착형 주차타워를 인구밀도에 맞춰 건설하였으면 한다. 서귀포향토오일시장의 주차공간은 760면에 불과한 반면 하루 이용자가 1만2000명을 넘고 방문객 차량이 4000대에 달해 만성적인 주차난으로 불편을 겪어왔다. 대형버스 주차 공간도 부족해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차량 3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빌딩을 조성, 기대효과를 거두고 있다. 주차서비스의 공급, 공유자원의 효율적 관리 등 주차거버넌스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인구과밀도 지역의 주차난 또한 이와 다르지 않아 행정의 관심이 요구된다. 또한 거시적인 주차정책과 진보된 주차문제 개선을 위해 시민과의 적극적인 소통문화를 조성하고 주차공간 생산, 주차선 정비, 타당성 있는 주차단속, 불법주차의 철저한 단속과 캠페인 등 주차문제 해결을 위한 장기적인 로드맵을 수립, 제주형 주차거버넌스를 하루 빨리 구축하였으면 한다.

지금까지는 어느 정도 대두된 부분을 언급하였다면 지금부터는 앞으로 우려되는 부분을 조심스럽게 거론하고자 한다.

10년전 태안군 근처 해상에서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 유출사고가 있었던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기름 유출사고는 지역 내 주민들에게도 직격탄을 날렸지만 지역 외 주민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인근지역의 관광관련 호감도 동반저하, 특산품 이미지의 몰락 등 파장을 초래하여 부정적 이미지를 긍정적 이미지로 개선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최근 연동, 노형동을 거닐다 보면 하수구에서 악취가 난다. 이 하수구가 어디로 흘러가는 것인지 고민하는 사이, 지나가는 행인들이 인상을 오만상으로 찌푸리고 코를 막기에 급급하다.

"청정제주, 삼다수, 관광객, 유입인구" 등을 골자로 많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하수구의 악취로 제주 전체의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은 아닐까? 제주가 아프다는 신호일까? 잠시 동안 겉잡을 수 없는 생각의 확장을 멈추고자 노력했다. 행정에서 관심을 가지고 점검을 한다거나 큰 틀에서 계획을 수립하여 정비를 실시, 그리하여 필자의 노파심이 해프닝으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수구 위에서 혜남 스님의 '꽃향기도 훔치지 말라'는 책 제목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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