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필 정치부장

최근 한반도의 안보 불안으로 인해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안보정책을 겨냥한 정치권의 비판이나 발언 등에서 두드러지게 사용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의 태도도 문재인 정부를 '패싱'하고 있다"며 한반도 왕따론을 주장했다. 

앞선 23일에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주최로 조계사에서 열린 특강에서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완전히 개발하고 완성단계로 머지않아 가게 된다면 '코리아 패싱'이 실제로 일어날지도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2일 스위스에서 열린 유엔 제네바 군축회의(CD) 회의를 두고도 '코리아 패싱'이 언급되고 있다. 제네바 군축회의는 핵무기·대량살상무기 등을 대상으로 한 세계 유일의 다자간 군축 협상기구다. 이 자리에서 한국과 북한, 미국과 중국의 외교관들이 이례적으로 핵 문제로 격돌했으나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코리아 패싱'이 연출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코리아 패싱은 북핵문제 등 한반도 안보와 관련해 한국이 논의에서 소외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한국이 한반도 안보문제를 주도하지 못하고 강대국들의 결정에 끌려간다는 뜻이다. 

제주도는 박근혜 정부 시절 정부로부터 홀대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제주4·3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발굴유해 유전자 감식비 지원 등이 이뤄지지 못했다. 더구나 4·3이 국가추념일로 지정됐음에도 대통령 불참은 물론 보수단체 이념논쟁이 다시 불거지기도 했다. 4·3 희생자 재심사 논란 등에 대해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피해를 입은 강정주민에 대해 정부가 구상금을 청구하는가 하면 특별자치도 완성을 위한 정부 권한 이양에도 한계를 보여 왔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특별자치도 위상 강화와 강정주민 구상금 청구 해결, 4·3 희생자 정부 지원 확대 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정의 중앙절충 노력과 도민사회 역량 강화 없이는 무엇 하나 얻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정부 홀대론에서 벗어나 자치단체를 주도할 수 있는 도정의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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