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남 교육문화체육부 차장대우

고대 중국의 풍토와 사회를 배경으로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을 노래한 가장 오래된 시가집 「시경」(時經)이다. 서주(西周) 초기(BC 11세기)부터 춘추시대 중기(BC 6세기)까지 전승된 많은 시가 실려 있다. 

「시경」 '소아편'(小雅篇)의 '학명'(鶴鳴)에는 '즐거운 저 동산에는(樂彼之園 낙피지원) 박달나무 심겨 있고(爰有樹檀 원유수단) 그 밑에는 닥나무 있네(其下維穀 기하유곡) 다른 산의 돌이라도(他山之石 타산지석) 이로써 옥을 갈 수 있네(可以攻玉 가이공옥)'라는 시 구절이 있다.

돌을 소인에 비유하고 옥을 군자(君子)에 비유하여 군자(君子)도 소인에 의해 수양과 학덕을 쌓아 나갈 수 있음을 이르고 있다. 즉, 다른 사람의 하찮은 언행 또는 허물과 실패까지도 자신을 수양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제주도는 지난 1998년과 2001년 두 차례 세계섬문화축제를 개최했다. 1회 대회 때는 125억원, 2회 대회 때는 88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축제개최 결과는 처참했다. 마치 실력 없는 주방장이 비싼 재료로 서투른 음식을 내놓은 것처럼 모두를 실망시켰다. 도의회에서 조차 행정사무조사가 발동되고 기획력 부족, 질 낮은 공연, 운영미숙 등의 평가를 받으면서 실패한 축제로 평가되면서 2001년 이후로는 열리지 않았다. 제주발전연구원은 지난해 정책이슈브리프를 통해 제주세계섬문화축제의 실패 원인으로 전문기관 및 인력 부족, 축제장소의 잘못된 선택, 도민공감대 미흡과 참여 부족을 지적했다.

'2017 제주비엔날레'가 1일 개막했다. 도내 문화행사 가운데 가장 많은 15억원의 지방비 예산이 투입되는 국제 미술행사다. 56년의 역사를 가진 탐라문화제보다 예산규모가 크다. 하지만 총감독인 김준기 제주도립미술관장은 그동안 조직위원회도 꾸리지 않은 채 사실상 '원톱' 체제로 행사를 진행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벌써부터 도민 공감대 미흡과 참여부족이라는 제주세계섬문화축제의 실패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도민사회의 목소리가 크다.

김준기 제주도립미술관장이야 임기를 마친 후 제주를 떠나면 그만이겠지만, 혈세낭비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도민들이 떠안아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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