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화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여름철 동안 장기간 전국에 골고루 비를 뿌리는 '장마'가 기후변화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올 여름만 보더라도 강수량이 적은 '마른장마'와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국지성 호우가 내리는 양상이 반복됐다. 예보가 어려운 국지성 호우의 특성상 갑자기 쏟아지는 물 폭탄으로 전국에서 피해가 잇따랐다.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는 치매를 앓던 90대 어르신이 집중호우로 방 안을 채운 빗물에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렸다.

제주에서도 일부 지역에 시간당 최고 112mm의 국지성 집중호우가 쏟아져 주택과 도로, 농경지 곳곳이 침수됐다. 낙뢰까지 동반한 국지성 집중호우로 인해 제주에서는 6명이 생활하는 가구가 낙뢰 피해로 집이 불에 타 전부 소실되기도 했다.

이에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달 남원읍과 표선면 관내 집중호우로 인해 침수 및 화재 피해를 입은 가구에 재난재해 피해 지원금 1800만 원을 긴급 지원했다.

지구온난화로 덥고 습한 긴 폭염에 지친 마당에 국지성 호우까지 더해진 올 여름은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로 남았다.

갑자기 쏟아져 예측하기 어려운 국지성 집중호우는 산사태와 하천 범람, 침수 등의 피해를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예방과 대비가 중요하다.

우선 사전 예방을 위해 가정에서는 지붕이나 벽의 틈새로 빗물이 새는 곳이 있는지 점검하고 집 주변의 빗물받이가 막히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또한 지자체에서는 저지대와 상습침수구역에 역류방지시설을 설치하고 꾸준히 점검하며 재난안전상황실을 재정비 할 필요가 있다.

집중호우가 발생했을 시 전신주나 가로등을 만지거나 근처에 가지 않도록 하고 위험요인이 발생하면 119로 신고해야 하며, 물에 잠긴 도로와 저지대를 피해야 한다.

그리고 집중호우 상황에서는 전기기구나 도시가스 사용에 주의해야 하며 호우가 끝난 뒤, 침수된 가스레인지나 가스보일러는 전문가의 점검을 받은 뒤 이용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을 대비하고 발 빠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행동 계획을 마련함과 더불어 이러한 위기 상황일수록 '나눔'에 대한 인식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나'와 '너'가 아닌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이웃들의 아픔은 우리의 아픔으로 받아드려야 한다.

지자체와 다양한 사회단체, 도민들이 앞장 서 침수피해를 입은 마을을 찾아 침수주택의 가재도구 정비, 생활폐기물 처리 등 피해 복구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또한 나눔의 한 방법이다.

피해 복구뿐만 아니라 홀로 생활하시는 어르신 등 소외된 이웃들이 재난피해를 입지는 않았는지, 재난 대비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늘 관심을 가지고 살피는 것도 나눔이다.

'나눔'만이 우리가 '함께 살 길'이다. 김만덕 할망이 기근이 들었을 당시 제주도민들을 위해 쌀을 풀어 배고픔을 채워주었던 것처럼 이러한 위기상황일수록 도민들이 나서서 재난에 대응하고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며 제주특유의 나눔정신을 실천해야 한다. 나눔은 위기에서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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