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정치부장 대우

법원이 지난달 31일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에게 지급된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근로자들에게 밀린 임금과 이자 4224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기아차의 정기상여금과 중식비가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돼 온 점을 들어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것이다.

'통상임금'이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이나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 등 각종 수당을 계산할 때 쓰이는 임금 개념이다. 근로기준법 제56조는 법정 근로시간(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해 연장·야간·휴일근로를 한 노동자에게는 사용자가 통상임금의 1.5배를 지급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통상임금이 한 시간에 1만원이라면 연장·야간·휴일근로를 했을 때 한 시간에 1만5000원을 줘야 한다는 뜻이다. 기아차의 경우 두 달에 한번 정기상여금(기본급의 750%)이 나오는데 이제까지 통상임금을 계산할 때 이 금액을 포함하지 않았다. 이는 통상임금의 정의와 범위가 법률에 따로 규정돼 있지 않고 법원 판례에 따라 바뀌어왔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자동차 부품업체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소송에서 '고정적·일률적·정기적'으로 지급된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하면서 조건을 명시했다. 하지만 노동 소송에 민법의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법리를 적용해 논란이 일었다.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는 전제로 노사가 임금 수준을 정한 경우, 노동자측이 합의 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추가수당 지급을 구해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면 신의칙에 반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번 기아차 판결에는 신의칙이 배제됐지만 신의칙 적용 여부도 재판부에 따라 달라져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

기아차 소송은 비록 1심이지만 소송 액수나 산업 전반에 대한 영향을 고려해 큰 관심을 끌었다. 2013년 이후 통상임금과 관련해 소송중인 사업장이 전국적으로 100곳이 넘는다. 일부 전문가들은 통상임금은 돈이 아닌 노동시간의 문제로 접근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통상임금은 비용 부담때문에라도 초과근로를 시키지 말라는 취지로 해석할 수도 있다. 앞으로 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장시간 노동의 구조를 노사가 합의해 바꿔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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