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정치부 차장

'과문불입(過門不入)'. 아는 사람의 집 문 앞을 지나면서도 들르지 않는다는 의미다.

요임금 말년에 대홍수가 중원을 휩쓸자 요임금은 우임금의 아버지에게 치수를 담당하게 했다.하지만 9년에 걸친 치수 사업에도 성과가 없었다. 이후 치수 사업을 우임금이 맡게 됐다. 우임금은 아버지가 했던 것을 검토하고, 자신도 치수 사업 현장에 참여하면서 13년 동안 집 앞을 3번 지나갔음에도 한번도 들어가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한번은 우임금 아내가 아이를 낳을 때 지나갔다. 우임금이 두번째 집 앞을 지날 때 아내의 품에 안긴 아들이 우임금을 향해 손을 흔들었지만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세번째 집 앞을 지날 때는 열살된 아들이 아버지를 발견하고 손을 잡고 집으로 끌어당겼지만 우 임금은 "치수 사업이 끝나지 않아 집에 가지 못한다"고 하면서 13년 동안 단 한번도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여기서 유래한 고사성어가 과문불입이다.

제주도가 지난 8월7일부터 제주 동·서부지역 20개 마을을 대상으로 격일제 급수에 들어갔다. 지역 주민들은 역대 최고의 무더위에도 시원한 물로 몸을 제대로 씻지 못했다. 제주지방기상청의 여름철(6∼8월) 기후리포트에 따르면 올여름 제주지역 평균 최고기온(29.4도)은 1961년 관측 이래 가장 높았고, 평균기온(26.3도)과 평균 최저기온(23.9도)도 각각 역대 2번째로 높았다. 주민들은 한달 가량 이어지는 제한급수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행정은 '하늘 탓'만 하고 있다.

중산간 마을 제한급수는 2013년 이후 4년만에 이뤄진 것이다. 4년동안 행정이 가뭄에 대비하지 못하면서 도민만 피해를 보고 있다. 도내 상수도 유수율은 44.5%로 1일 공급량 47만1995t 가운데 절반 이상이 땅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상수도 누수율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 2014년 도지사 후보 시절 제주시 동부지역 마을을 방문해 "중산간 마을이 물 때문에 고통을 겪어서는 안 된다"며 "가뭄 때마다 되풀이되는 격일제 급수에 대한 근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도민들은 과문불입은 아니더라도 하늘만 바라보는 행정이 아니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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