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미 편집부국장 대우

2011년 마을미술 행복프로젝트 사업의 첫 사례로 추진된 영천 별별 미술 마을은 지붕없는 미술관으로 알려져 있다. 미술 작가 50여명이 45개 팀을 구성해 석달여간 영천시 화산면 가상1, 2리와 화산 1, 2리, 화남면 귀호리 등 2개면 5개 마을의 자연·역사·문화자원과 예술작품이 어우러진 꽤 규모가 큰 동네미술관을 만들었다. 마을이 뜨면 좋아질거라 생각했던 것도 잠시, 최근 프로젝트의 상징 역할을 했던 우리동네박물관이 관리할 사람이 없어 방치되다 시피 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얘기가 들린다.

이런 사정에 마음이 쓰이는 이유는 지금 한창 판을 벌린 제주비엔날레 때문이다. 준비과정에 있었던 석연치 않은 일들을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개막을 전후해 여기저기 불편한 소리가 들린다. 제주에서 열리는 첫 미술 주제 대형 행사에 '투어리즘'이라는 사회현상을 제주와 접목해 펼쳐내겠다는 구상이 반짝 관심을 끌기는 했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지켜보자는 말도 일리는 있지만 소위 '개업 특수'를 감안하더라도 미동도 없는 온라인 판매율이며, 뒤늦게 투입한 셔틀버스, 모두가 궁금해 하는 행사 도록의 행방까지 온통 물음표 투성이다.

50명이 50개 의제로 제주의 현안을 끄집어낸다는 취지의 소셜아트 '탐라순담'과 관련한 정보는 제주비엔날레 홈페이지 소개 글 하나가 전부다. 현장에 참가한 사람들조차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동원된 것 같다는 언짢음을 호소한다. 관광객 참여 프로그램으로 알려졌던 재선충병 감염목 재활용 프로젝트는 약품 처리를 한 재료를 구입하는 데 상당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며 내부 논란을 빚었다고 한다.

심혈을 기울였다는 알뜨르 비행장 프로젝트도 말이 많다. 참여작가 중에는 계약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자비를 들여 작품을 설치한 경우도 있다. 당초 다른 주제의 전시가 예정됐던 작가 이름도 보인다. 유독 많은 이들이 눈에 익다고 말한 작품은 미술관 소장품이다.

때마침 개막식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알뜨르 비행장 일원에 설치된 야외 미술작품들은 최소 3년간 현재 위치에 전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알뜨르 비행장을 다크 투어리즘의 성지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전시 기간은 확보했지만 '무엇을 어떻게'가 없다. 공공미술 사업 등의 사례를 봤을 때 야외에 설치된 작품들은 자칫 관리가 소홀하면 '흉물'이 되기 쉽다. 264만여㎡에 달하는 야외 공간에 영구 전시 예정인 작품이 3점이다. 마을과 연계하고, 도립미술관 차원에서 운영사업비 등에 관련 항목을 만들어 관리한다는 복안이지만 순서가 바뀌었다.

이대로라면 단일 문화 행사 규모로는 최대인 15억원에 계속해 추가 비용이 보태지며 향후 몇 년간 이를 넘어설 행사가 없을 것이란 전례를 만들 수도 있다.

제주에서도 비엔날레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목표였다면 성공했다. 그러나 비엔날레를 둘러보고 '투어리즘'을 말하는 이를 아직 보지 못했다.

우연인지 올해 봄부터 미술계는 비엔날레로 뜨거웠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5월13∼11월26일), 5년에 한 번씩 열리는 카셀 도큐멘타(6월10∼9월17일), 10년에 한 번씩 열리는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6월10∼10월 1일)가 동시에 열리는 해이기 때문이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 이어 이제 곧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청주공예비엔날레 등 주제가 분명한 행사들가 시작된다. 내년이면 12회 광주비엔날레, 9회 부산비엔날레, 10회 서울 국제 미디어아트비엔날레가 열린다. 이 안에서 제주비엔날레는 과연 어떤 흔적을 남길지 궁금하다. 지금의 상황을 또 비엔날레를 잘 몰라서 그런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도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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