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환 제주도사회복지협의회장

"직원 구하기가 왜 이렇게 어렵죠?"요즘 사회복지현장에서 심심찮게 들리는 소리다. 그러고보니 기한 내 응모자가 없어 채용공고를 다시 올리는 곳이 눈에 많이 띈다. "요양보호사를 구하지 못해 어르신들이 입소대기하고 있는 실정이에요." 시외곽지에서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원장들의 시름 역시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사회복지시설에서 채용공고를 내면 제법 응시자들이 있어 사회복지현장도 유망한 직장으로 인정받는가 싶었다. 

그런데 갑작스레 분위기가 많이 변한듯 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사회복지현장의 일자리가 외면받는 것 같아 걱정이 크다. 

사회복지현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면 한결같은 반응이 "좋은 일 한다"는 것이다. 그런반면 그 '좋은 일'을 하는 현장을 '좋은 일자리'로 인정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왜 '좋은 일' 하는 사회복지현장은 '좋은 일자리'가 되지 못하는 것일까. 

늘 그렇듯 낮은 보수와 열악한 근무조건 때문일 것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몇 년 새 사회복지현장 종사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보수체계를 개선한 일은 환영하고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좋은 일자리'라는 것이 보수액으로만 따지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고 사회적 가치를 발견하며 '직장'이 아닌 '직업'으로서 인식할 수 있어야 '좋은 일자리'가 아닐까 한다. 

그렇게 보면 사회복지현장에서 일하는 것 만큼이나 보람과 가치가 있고 '직업'으로서 의미있는 일자리가 또 있을까 하는 반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사회복지현장은 남다른 각오 없이는 발을 내딛기 어려운 일자리가 된 듯해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여러 가지 전문적인 방법과 수단이 동원된 연구가 필요한 일이겠지만 무엇보다 사회복지현장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오히려 우리 안에서 당연한듯 사회복지종사자들에게 희생과 봉사를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고, 사회복지시설 운영상 다소 획일적이고 일방향적일 수 있는 직장문화와 의사소통 구조에 대한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효과적인 리더쉽 발휘를 위한 관리자들의 부단한 자기계발 등을 통한 수평적이고 활기찬 직장문화로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기반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행정에서도 힘을 보태야 한다. 무엇보다 사회복지현장 종사자라면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단일임금체계의 실현으로 사회복지현장 안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그리고, 사회복지현장의 장기 근속자에 대한 안식월 제도의 도입, 대체인력 지원제도의 시행, 모범적인 근무환경 조성을 위한 지원 등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서도 사회복지현장 종사자로서 보람을 느끼고 사기를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의 적극적인 시행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일자리 만들기'가 시대적 화두로 떠올랐다. 

하지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 못지 않게 기존의 일자리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사회복지현장처럼 사람이 필요한 일자리에 사람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은 단순히 일자리 감소가 아닌 우리 삶의 위기로 봐야 하기에 더욱 그렇다.

사회복지사업법에서는 국민의 사회복지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고 사회복지사업 종사자의 활동을 장려하기 위하여 매년 9월 7일을 사회복지의 날로 한다고 하고 있다. 

사회복지현장을 '좋은 일'하는 '좋은 일자리'로 만드는 일이야말로 사회복지사업 종사자의 활동을 '장려'하는 최선의 방법임을 열여덟 번째 맞는 '사회복지의 날' 아침에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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