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민-신구범 "숙명"의 맞대결 최대 관심

나흘동안 이어진 올해 설 연휴에는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가 최대 화두였다. 가족·친지는 물론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끼리도 한자리에 모였다 하면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침체와 감귤등 농산물값 하락, 국제자유도시 등으로 얘기꽃을 피우다가도 결국은 지방선거로 화제가 옮겨갔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등장한 메뉴는 도지사 선거. 지역에 관계없이 전·현 지사가 3번째 맞붙는 지사 선거는 단연 지대한 관심사였다. 특히 도민들은 지난해산 감귤 가격의 변화 추이와 국제자유도시특별법 제정이 양측에 미칠 영향 등을 나름대로 분석하며 판세를 가늠하기도 했다.

허모씨(56·남원읍)는 “감귤값 등락폭이 예년에 비해 매우 컸던 만큼 도 정책에 대한 농가들의 반응도 다양할것”이라며 “아무래도 가격을 잘 받은 농가들은 현직에 호감을 갖겠지만 그렇지 못한 농가들은 불만을 크지 않겠느냐”고 짚었다.

고명규씨(31·서귀포시 서귀동)는 “자유도시 추진으로 제주가 획기적으로 달라질 수 있으나 그만큼 악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표명했다.

최근 북제주군수 출마 의사를 사실상 굳힌 문창래 제주도 농수축산국장의 경우처럼 기초단체장 선거와 지사 선거를 연관지어 바라보는 이들도 많았다.

김태환 제주시장에 맞설 대항마로 누가 나설 지에 대해서도 도민들은 궁금해했다. 아직까지 대결구도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도민들은 한나라당이 도내·외 인사 3∼4명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는 사실을 들어 양영식 전 통일부차관이나 현영두 변호사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도민들은 강상주 시장과 이영두 전 제주도의회 전문위원의 2파전 구도가 예상되는 서귀포시장 선거와, 문창래 국장의 가세로 판세 변화가 점쳐지는 북제주군수 선거에도 깊은 관심을 나타냈으며 남제주군수 선거의 경우 강기권 군수의 단독출마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도 있었다.

읍·면 지역으로 갈수록 관심은 자치단체장 보다도 지방의원 선거에 더 쏠렸다. 새로운 인물이 거의 없는 단체장 선거 보다는 ‘지역일꾼’으로 누가 나서고, 또 누가 당선될 것인지에 관심을 쏟았다.

일부에선 지방선거 보다도 눈앞에 닥친 민주당 대선후보 예비경선에 더 큰 관심을 기울였다. ‘7룡’으로 불리는 예비후보들의 빈번한 방문 등으로 전례없이 ‘뜨고있는’제주의 정치적 위상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지방선거에 큰 관심을 표명하지는 않았다. 일부 도민들은 “그사람이 그 사람 아니냐”거나 “누가 당선되더라도 달라질게 있느냐”는 냉소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반응의 밑바닥에는 역시 지역경기 침체가 깊숙이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컴퓨터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이모씨(43·제주시 일도2동)는 “깊은 잠에 빠져있는 지역경기를 되살릴만한 비전을 제시 못하는 인물은 결국 당선가능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특별취재반=김성진·김석주·이창민·현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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