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가림 호서대학교 교수·논설위원

지난 3일 북한의 제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안보 상황은 6ㆍ25 이후 최악이다. 이 같은 안보 위기에서도 일말의 기대는 핵무기는 70년 전 등장한 구시대의 전략 무기로 그 가공스런 파괴력 때문에 피차 공멸이라는 '공포의 균형'에 의해 억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어떻게 조속하게 '공포의 균형'을 확보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간 한ㆍ미군사합동훈련 때마다 재래식 무기로 진행한 북한군과의 '워 게임'에서 한ㆍ미연합군은 계속해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뿐만 아니라 북한에 비해 45배의 경제력과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한 막강한 군사력을 확보했다. 만약 다층방어망만 구축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은 지금의 안보 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전기를 위해서는 보다 확고한 한ㆍ미간의 공조와 협력이 절실하다. 아울러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케 하고 나아가서 한반도의 통일을 이루는 데 있어 한ㆍ중간의 공조와 협력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올해로 한ㆍ중 수교 25주년에 양국관계가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로까지 발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벌여온 중국의 전 방위적 보복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란 점이다. 중국 관련 한국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고 업종별로는 자동차와 화장품이 직격탄을 맞았고, 지역으로는 제주도가 가장 심한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사드에 따른 중국의 보복으로 제주도가 맞고 있는 타격은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예를 들면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6개월 동안 제주도를 찾은 993만 8천여 명의 관광객 중 중국인 관광객은 62만 5천여 명으로 이는 전년 대비 61%(153만 3천여 명)가 감소한 것이다. 모두 12조 7천억 원에 이르는 제주 관광개발사업이 중국 정부의 해외송금 규제로 거의 중단되어 사업의 차질은 물론 영세 건설업체들이 줄도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중국의 보복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은 보복이 완전히 문화로 정착한 나라라는 점에서 그렇다. 섶에 누워 쓸개를 씹으며 원수를 갚으려 온갖 괴로움을 참고 견딘다는 와신상담(臥薪嘗膽)과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갈 수 없는 원수라는 불공대천지수(不共戴天之?)를 비롯해, 군자의 보복은 10년을 기다렸다 해도 늦지 않는다는 군자보구 십년불만(君子報仇 十年不晩)이나 공적으로 사적인 원수를 갚는다는 공보사구(公報私仇)와 같은 보복문화에 해당하는 말은 이루 헤아릴 수 없으리만큼 많은 나라가 중국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보복문화를 바꿔놓을 수 없는 한, 보복의 근거를 도치시키거나 제거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 보다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그간 제주도는 중국의 관광객이나 중국계 자금 유치에 너무 몰두한 건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왕의 사안을 곰곰이 따져보는 건 어떤 결정을 했느냐 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은 체제나 이념상 우리와 공유하는 가치가 없다는 사실에도 유의했어야 했다.

만일 제주도가 특유의 수려한 자연환경과 청정한 물과 공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잘 알릴 수 있다면 국내 자금과 기술만으로도 고품질의 관광 사업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일례로 '삼다수'로 대표되는 제주도 물 사업에 최근 용암수를 활용한 맥주ㆍ화장품으로의 영역 확대가 그것이다. 이제 종전의 양적 관광에서 질적 관광으로의 전환이야말로 대한민국이 지금의 안보 상황을 잘 극복함으로써 안보상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것과 같이 제주의 관광 사업은 물론 전반적인 발전을 통해 새로운 제주의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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