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JDC 공동기획 / 용암숲 곶자왈 자연유산으로] 8. 용암과 생태계

곶자왈을 뒤덮고 있는 식생들을 상공에서 촬영한 사진. 마치 모자이크처럼 형성된 식생들과 곶자왈을 이루는 용암간의 관계가 연구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전용문·김대신 등 용암 유형 4가지로 분류
파호이호이·아아·전이용암에 2차 이동 포함
용암 종류 따른 각 생태계 차이 연구 과제

곶자왈 속 생태계는 어떻게 형성됐을까. 학계의 관심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용암의 물리적 특성, 즉 용암의 종류에 따라 생태계도 달라지는지, 또 곶자왈 속 생명들은 해외 등 타 지역 용암대지 또는 곶자왈에 상응하는 지역·기후대의 생태계와 차별되는 지다.

△2차 이동으로 형성

전용문, 김대신, 기진석, 고정군 박사 등은 지난 2015년 지질학회지에 발표한 '제주도 곶자왈지대의 지질학적 분류체계 제안과 의미' 논문을 통해 곶자왈을 형성하는 용암을 4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제주도의 곶자왈이 용암 분출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은 이미 확인했다. 용암들은 물리적 특성에 따라 파호이호이용암, 아아용암, 전이용암 등으로 구별된다.

그런데 위 논문에서는 여기에 더해 시간이 흐름에 따라 풍화, 이동 집적과정을 거쳐 형성되는 곶자왈도 있으므로 곶자왈을 형성하는 용암을 4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우선 파호이호이용암은 두께가 1~3m로 상대적으로 얇다.

용암로브로 돼있으며, 표면이 매끄럽고 밧줄무늬가 잘 나타난다. 용암대지, 용암동굴, 용암도랑, 투물러스 등이 발달한다. 선흘곶자왈, 수산곶자왈이 대표적이다.

아아용암은 두께가 3~20m로 파호이호이용암보다 두껍다.

표면에 부서진 용암편들이 만들어진다. '클린커'라고도 하는 이들은 용암의 상부만이 아니라 하부에서도 만들어져 쌓인다. 각이 진 클린커들과, 용암볼들이 급경사를 형성한다. 안덕곶자왈과 애월곶자왈이 대표적이다.

전이용암은 주로 파호이호이용암의 말단부에서 볼 수 있다. 파호이호이용암이 흐르면서 온도가 낮아지고 점성이 높아져 발생하기 때문이다.

표면이 판상 또는 침상, 각상의 암괴들로 이뤄진 표면 구조를 가진다. 교래곶자왈, 한경곶자왈이 대표적이다.

용암편들 또는 용암에서 떨어져 나온 암괴들이 2차 이동으로 만들어진 지형은 주로 중력에 의해 형성된다. 용암편들의 동결과 파쇄작용으로도 만들어진다.

'애추'라고 하는 절벽기슭이나 사면을 따라 형성된 모난 돌들의 집적되는 과정으로도 형성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선흘곶자왈과 수산곶자왈에서 나타난다.

△우선 풀려야하는 문제들

곶자왈 생태계의 기반을 이루는 용암의 특성은 곶자왈마다 각기 다르다.

그렇다면 '과연 곶자왈에 따라 형성된 생태계는 다른가' 또는 '곶자왈에 따라 다르게 형성된 생태계는 곶자왈의 기반을 이루는 용암이 다르기 때문인가' 등의 의문이 제기된다.

제주도 곶자왈 생태계가 다른 지역과 차별된다면 우선 풀려야하는 문제들이다.

만약 기반이 되는 용암 유형이 생태계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파호이호이용암을 위주로 하는 선흘곶자왈과 수산곶자왈은 식생이 같거나 유사한 정도가 타 곶자왈 사이에서보다 두드러져야 할 것이다.

아아용암을 위주로 하는 안덕곶자왈과 애월곶자왈의 식생, 교래곶자왈과 한경곶자왈의 전이용암 위에 형성된 식생, 선흘곶자왈과 수산곶자왈의 2차 이동으로 만들어진 지형들의 식생에서도 이와 같은 경향이 관찰돼야만 한다.

특별취재팀=한 권·고경호 사회경제부 기자, 김찬수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

동백동산 내 제주고사리삼 자생지.

기호화로 간명한 표현 가능
현황·관리, 계획 수립 도움

곶자왈은 동·식물의 종류가 다양하고, 곶자왈에만 살고 있는 종들도 많다. 또 역사·문화적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공간이다.

전용문, 김대신, 기진석, 고정군 박사 등은 곶자왈에 대한 설명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체계와 규칙을 세워 기재한다면 훨씬 소통하기가 쉽다는 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크게 지질, 생태, 역사문화 분야로 구분하고, 각각의 분야에 있는 속성마다 기호를 부여한다면 아주 간명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선흘 곶자왈 지역의 경우, '파호이호이용암(P) 분포지에 자연림(N)이 발달하고 특산식물(Rp)이 자생하고 있으며, 4·3유적(H)이 있는 곳이다'라는 특징을 'P·NRp·H 타입의 곶자왈이다'라고 표현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지금까지 곶자왈의 정의만으로 세부적인 특징을 모두 반영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하나의 곶자왈 지대 내에서도 다양한 곶자왈의 특징을 간단하게 코드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상은 실용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여기에 더해 기호화한 표현방식을 지도로 제작한다면 곶자왈의 현황, 관리 및 활용계획 수립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연구자들이 의식을 했건 하지 않았건 식생도와 임상도의 개념과 상당히 유사한 면이 있다. 어떻게 보면 이들에 지질과 문화적 요소를 가미한 것으로도 느껴진다.

식생도는 식생 단위의 범위를 지도에 나타낸 것으로, 보통 지형도에 색깔을 달리해 구분한다. 현존식생도, 원식생도, 잠재자연식생도가 있다.

현존식생도는 실제 조사를 통해 만들어지며, 원식생도는 화분분석 등을 통해 과거의 식생을 밝혀 제작된다. 또 잠재자연식생도는 식생 형성에 관여하는 여러 요인들을 고려하여 만든다.
식생도에 들어가는 내용은 만드는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식생도는 과거 식생도와의 비교를 통해 군락의 동태가 파악되며, 입지도와의 비교를 통해 군락분포와 입지조건과의 관계가 밝혀지기도 한다.

이런 학술적 효용 외에 자연보호계획이나 토지이용계획의 자료로서 효용성도 높다.

임상도는 산림의 윤곽, 관리도로, 하천, 나무종류, 나무 종류들의 섞임 정도, 나무나이 구성, 어떤 산림관리를 해왔는지를 기호로 표시한 지도다. 산림에 관련한 상세한 지도로서 효용성이 매우 높다.

전용문 박사 등이 위 논문에서 제안한 방식의 분류 및 기재방식을 좀 더 보완한다면 제주도 곶자왈 지도 작성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아주 획기적인 지도로서 다방면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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