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정치부차장대우

'숨골'은 지표에서 지하로 뚫린 작은 구멍을 말하는데 사람의 숨을 쉴 때 공기가 입을 통해
출입하듯이 지하가 지표로 숨을 쉬기 위한 통로로 생각하면 된다.

'숨골'은 지표에 가까이 있던 용암동굴의 천장이 무너진 곳이나 무너진 암석의 틈과 틈 사이의 공간이며 지하수 함양 통로로 제주도 생명수인 소중한 지하수의 원천이다.

최근 제주시 한림읍 지역의 일부 양돈농장에서 축산분뇨를 '숨골'에 무단방류하는 사건이 발생해 지역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리는 사건이 드러났다.

양돈농장 2곳에서 인접한 '숨골'에 무단방류한 축산분뇨의 양만 무려 8500t에 달한다. 이는 제주종합경기장 실내수영장에 4번 이상 물을 가득 채울 수 있는 방대한 양이다.

이들은 2013년부터 최근까지 돼지를 사육하면서 저장조 상층부에 고무 호스관을 연결하거나 코아 구멍을 뚫어 분뇨가 차면 넘치게 하거나 분뇨가 저장된 옛 저장조를 그대로 매립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숨골'을 통해 흘러들어간 축산분뇨에 의해 오염된 옛 상명석산 일대 용암동굴 등은 자연회복이 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정도로 심각한 오염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주의는 자신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며 자신의 이익을 모든 가치보다 우선에 두는 사고를 말한다. 산업사회이후 물질만능주의가 가져온 하나의 병폐라 할 수 있다. 

이번 양돈농가의 축산분뇨 '숨골' 방류 사건은 자신의 이익만 앞세우는 우리사회의 치부를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양돈농가의 나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와 행정당국의 안일한 관리가 불러온 대가다.

토양이든 지하수든 한번 오염되면 완전복구가 어렵고 천문학적 복구비용이 든다.

지금부터라도 청정제주의 환경보호와 도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환경침해 사범에 대한 행정당국의 철저한 관리와 함께 강력한 처벌을 통한 법질서 확립은 물론 원칙과 기본을 지키도록 하는 시민의식을 키우는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시기를 놓치면 놓칠수록 훼손된 환경은 되돌릴 수 없을지 모른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막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제주도와 양돈농가는 물론 도민 모두가 명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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