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윤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가장 제주다운 것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이 청정제주라고 한다. 청정 제주는 그 자체가 바로 제주를 대표하는 정체성이며, 제주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임에 틀림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공약으로 제시한 동북아 환경중심도시 조성도 청정제주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최근 제주도 서부지역에서 발생한 양돈농가의 축산분뇨 무단배출 사건은 도민 모두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무단 배출된 축산분뇨가 지하동굴을 통해 주변 토양과 지하수까지 오염시킨 것으로 밝혀지면서 청정제주의 이미지에도 큰 상처를 입혔다. 

그 동안 양돈산업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산업적 효과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이 1순위였다면, 축산분뇨, 악취 등이 발생하는 환경오염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그 후순위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의 사태에 대해 제주특별자치도는 도정의 책임과 신뢰를 걸고 축산분뇨 공공처리장 확충, 주민 모니터링단 운영, 점검 시스템 강화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책임 농가를 엄벌하는 것은 물론 시간이 걸리더라도 감시 및 전수조사 등을 통한 강도 높은 점검을 하겠다고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청정제주를 지키기 위해 모든 방면에서의 노력이 배가되었으면 한다.
 
환경오염 사건은 부분적인 문제만으로도 지역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축산분뇨 무단배출 사건이 발생했다고 하여, 이를 청정제주의 전체 문제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금번 사태를 통해 청정제주를 실현하기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제주삼다수 사례는 청정제주를 지키며 부가가치를 높이는 대표적인 사례 중의 하나이다. 축산분뇨 무단배출 사건과 관련하여 일부 SNS 등에서 제주삼다수를 포함하여 제주도 지하수 전체가 축산분뇨로 오염된 것처럼 왜곡하는 사례가 있는 것 같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금번 축산분뇨 배출사건과 제주삼다수는 지형적·수리지질학적으로 전혀 관련이 없으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육지부에서는 강을 중심으로 수계를 구분하며, 수계별 독립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제주도 지하수는 수리지질학적 특성에 따라 16개 수역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각 수계별 특성(지하수 생성유역과 대수층)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다른 수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제주삼다수 취수원은 축산분뇨 배출지에서 동쪽으로 약 37km 정도 멀리 떨어져 있고, 그 사이에 한라산(해발 1,950m)이 위치하고 있어 제주도 서쪽에서 배출된 축산분뇨가 한라산 동쪽에 위치한 삼다수에 섞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 

더욱이 제주삼다수 취수원은 오염원이 없는 한라산국립공원에 인접한 해발 450m에 위치하고 있다. 제주개발공사는 취수원 수질보호를 위해 2002년부터 주변 사유지를 매입하기 시작해 2017년 현재 277천㎡(약 84천평)를 매입해 수질오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삼다수 주변 14개 지점에 실시간 지하수 관측망과 토양측정망도 운영하는 등 취수원 관리를 매우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더욱이 지하수 전문가들로부터 취수원 관리가 세계적 수준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지하수 수질을 평가하는 지표의 하나인 질산성질소 농도는 먹는물 수질기준(10mg/L)보다 지극히 낮은 0.2~0.4mg/L 범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더욱이 제주 삼다수는 글로벌 품질 및 식품안전시스템에서 요구하는 매우 엄격하고 까다로운 기준에 따라 생산되고 있고, 미국 FDA 및 NSF, 일본 후생성, 영국소매협회(BRC)등 국제공인기관으로부터 품질인증도 취득하고 있다.

제주삼다수는 제주의 자랑이자, 제주를 상징하는 대표 브랜드이다. 이 번 축산분뇨 무단배출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청정환경을 지키고 지하수를 보전하는 일을 모든 정책의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 추진해야 하며, 또한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실천할 때 비로소 청정제주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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