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필 제주관광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논설위원

저출산 쇼크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부터 우리나라는 생산가능인구가 줄기 시작한다. 몇 년 지나면 총인구도 줄어든다. 

인구구조의 변화가 재앙이 되어 대한민국을 덮칠 것이라 는 말은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초 '한국이 직면한 도전-일본의 경험으로부터 교훈'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상황이 20년 전 일본과 비슷하다는 뼈아픈 경고를 내놓은 바 있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은 국가적 위기를 맞게 되고, 몇 년이 지나면 회복할 길 조차 없게 된다고 한다. 

해법은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다. 그런데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동안 정부가 셀 수없이 많은 대책을 내 놓았고 쏟아 부은 돈도 100조원이 넘는다. 그러나 약발이 먹혀들어가질 않았다. 

노무현 정부때인 2004년 이미 합계출산율이 1.16명으로 떨어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그래서 2005년 저출산고령화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제1차 저출산?고령화기본계획(2006년~2010년)을 세운다. 그런데 '아이 키우기 힘들어서 안 낳는다'고 진단하고 양육부담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5년간 저출산 예산의 83%(16조4000억원)가 보육관련 정책에 편중된다. 참 단편적이고 안일한 대책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2차 대책(2011년~2015년)을 수립하였지만 보육정책에 덧붙여 일·가정 양립 기반 확대를 추가하였을 뿐이다. 이명박·박근혜 두 정부에 걸쳐 실행되는 5년동안 61조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 부었으나 결과는 헛발질이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계획한 3차 기본계획(2016~2020년)은 적어도 계획단계에서는 꽤 고무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출산의 원인을 좋은 일자리의 부족과 장시간 노동, 주거문제를 포함하여 진단하고 보육·교육·일자리, 주거 등의 내용을 담았다는 점이 그렇다.

그러나 세부 정책과 정책대응은 엉뚱했고 좌충우돌이었다. '싱글세'를 비롯하여 지역별 '대한민국 출산지도'를 제작해서 맹비난을 받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중동 순방 직후 "대한민국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번 해보세요. 다 어디 갔냐고. 다 중동 갔다고"라며 해외취업을 강조한 뒤 나왔던 '연 1만 명 청년 해외취업 촉진대책'은  668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고도 조롱거리였을 뿐이다.

정부가 이렇게 헤매는 동안 출산율은 나락으로 떨어져 갔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1.04명이다. 하반기 출산율이 더 저조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1.03명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합계출산율 2.1명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대상부터 이해해야 한다. 저 출산 대책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낳을 대상을 이해하는데서 출발해야한다. '아이 낳지 않는다'는 말은 이런 차원에서 몰이해의 언어이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못 낳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요컨대 저 출산을 제대로 해결하려면 먼저 "헬조선(지옥 같은 우리나라)에서 이번 생은 망했다"는 청년들의 푸념부터 경청해야 한다. 그래야 젊은이들이 왜 스스로를 삼포세대( 연애·결혼·출산포기)라 자조 하는지 알 수 있다. 

무한경쟁의 사회에서 모든 것을 다 포기한 N포 세대의 출산포기가 청년들의 자의적 선택이던가. 위기적 환경에서는 개체수를 줄이는 동물의 생존법칙이 인간이라고 비껴가지 않는 법이다. 

올해는 3차 기본계획 실행 2년차, 남은 3년6개월은 문재인 정부의 몫이다. 인구절벽 해소를 4대 복합혁신과제의 하나로 제시하고 동분서주하고 있는 현 정부에게 바란다. 이 땅의 청년들이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 주시라. 의례적 립서비스가 아니라 진정성과 절박성을 가지고 접근하시라. 그래야 "문재인 버전은 다르리라"고 기대하는 국민의 열망을 지켜줄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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