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정치부차장대우

'오버페이스'는 예상외로 좋은 자신의 페이스에 도취되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페이스의 한계를 넘는 일을 말한다.

마라톤은 42.195㎞의 달리는 경기인 만큼 선수마다 각자가 지켜야하는 속도와 페이스가 있다. 오버페이스를 하면 완주할 수 없다. 

관중들의 함성소리와 함께 마라톤 주자들은 골인지점인 42.195㎞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관중들의 응원에 보폭은 커지고 속도는 올라간다. 주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오버페이스를 하게 된다. 

승패는 체력이 바닥나는 '데드 포인트' 30여㎞ 지점에서 판가름 난다. 초반에 오버페이스 한 주자들은 대부분 걷거나 걸음을 멈춘다. 

마라톤 대회 초반 관중들이 보내는 열광적인 응원처럼 60%의 높은 지지율로 출발한 민선 6기 원희룡 제주도정은 마치 임기 초반 높은 지지율에 취해 일찌감치 오버페이스하다 지금은 그 자리마저 위태로운 모습이다.

원 지사는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선거기간 내내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60%안팎을 기록한 데 이어 59.9%의 득표율로 도지사에 당선됐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실시한 정례 광역자치단체 평가조사 결과 민선6기 원희룡 제주도정에 대한 긍정평가는 37.8%로, 6월 44.8%, 7월 43.5% 등 매달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원 도정의 지지율은 아직 바닥을 친 것 같지 않은 느낌이다. 보좌진 밀실인사와 지역주민들의 의견 배제, 준비가 덜된 대중교통체계 개편 강행 등 철저한 검증작업과 여론수렴이 없는 오버페이스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 표차로 당선된 원 도정의 지지율이 30% 수준으로 곤두박질한 것을 보면 도민들의 실망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이런 상황에 원 지사가 최근 재선 도전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도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겸손한 태도, 일방이 아닌 토론과 대화, 합의로 도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도정을 운영하지 않는 한 지지율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오버페이스의 제주도정을 너그럽게 봐줄 맹목적 지지자는 별로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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