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는 다양한 자연유산이 있다. 한라산과 오름, 동굴, 습지, 해양생태계는 이미 세계자연유산과 생물권보전지역, 람사르습지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서귀포시 하논분화구는 제주가 앞으로 복원하고 보전해야 할 중요한 인류의 유산인데도 복원·보전계획은 더디기만 하다.

하논분화구는 지난 2000년 야구 동계훈련장 최적지로 부상하면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지질학자들은 하논이 대한민국 유일의 마르형 화산체로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며 보존을 강력히 주장했다. 이후 각종 연구가 진행되면서 하논은 '지구 환경의 타임캡슐'과 같은 중요한 자연유산으로 인정받았다.

특히 2012년 9월 제주도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서 제주형 의제 5건에 하논분화구 복원·보전이 포함됐다. 당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하논의 가치를 고려해 '대한민국 정부는 자연환경복원 종합대책을 수립, 시행하고 보전 대상지가 더 이상 훼손이 가속화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같은 권고에도 불구하고 복원과 보전 계획은 수년째 답보상태였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 제주지역공약에 제주 환경수도 육성에 필요한 사업으로 하논분화구 복원을 선정했다. 앞으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진 가운데 관건은 사업비 확보와 토지주의 반발, 국제적 네트워크 구축이다.

하논 부지 126.7㏊ 매입과 생태관광 인프라 구축, 단계별 복원사업에 필요한 사업비만 최소 2600억원 이상이다. 제주도는 하논분화구 복원 및 보전을 위한 추진계획을 면밀히 수립, 정부와 협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는 제주도·하논분화구복원범국민추진위원회와 주체가 돼 다양한 기관·단체와의 협력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곧 하논 복원·보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것이다. 하논분화구 복원은 단지 제주도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최대의 환경단체인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주목하는 사업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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