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열 경남대학교 교수·논설위원

정부는 지난 8월 31일 학생부 종합전형을 포함한 미래지향적이고 종합적인 대입전형 개편안을 마련하기 위하여 수능제도를 개편하는 것을 1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제까지 대입전형제도 설계와 운영과정에서 학생, 고교교원, 대학 등 정책대상 집단과 학부모와 같은 주의집단의 주장과 요구를 균형 있게 반영하려고 노력해 왔다. 이것은 대입전형 제도에 대해 그들로부터 자발적 순응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선한 의도가 오히려 대입전형제도를 복잡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대학에게는 제도 운영의 부담을, 학생과 학부모, 고등학교에게는 대입준비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을 안고 있다. 과거 여러 정부들이 이 점을 인식하고 대학입시부담을 경감하기 위하여 대학입학전형 제도를 가능한 한 단순화하고 간소화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예컨대, '학생부위주 전형', '수능 위주 전형', '논술위주 전형', '실기 위주  전형'등 전형자료를 단순화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앞으로 정부가 대입전형제도 개선안을 설계할 때에도 이러한 대입전형제도 단순화 기조는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복잡한 대입전형제도는 수험생이나 교원, 학부모, 학교 등 대입관련 집단들에게 모두 부담을 증가시키고 학생들의 배경요인에 의한 대학진학기회의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입전형제도의 단순화와 간소화는 수험생이나 학부모, 교사들로 하여금 대입전형유형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어 정보력의 차이로 인한 유·불리를 최소화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특히, 전형요소의 축소를 포함하는 단순화는 고등학교로 하여금 다양한 전형요소들에 대해 학생들을 일일이 준비시키는 부담에서 벗어나 교과지도와 생활지도, 특별활동 지도 등 학교 고유의 핵심적 활동에 노력을 보다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효과도 낳는다.  

대학입시 단순화와 간소화는 대입 준비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을 축소하고 가정배경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대학입학 전형요소가 다양하고 늘어날수록 대입 준비과정에 가정의 경제력과 문화적 자본이 작용할 여지가 커지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전형요소를 축소하고 요소별 반영비율 조합을 단순화하는 것은 대학입학 전형과정에서 가정배경과 같은 후원적(sponsored) 요소보다는 학생과 학교의 노력과 같은 성취적(achieved) 요소의 영향력을 크게 작용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대학입시 간소화는 불리한 계층 출신들이 대학진학과정에서 이전보다는 더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가지게 함으로써 사회통합의 기반을 조성하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 

대입전형제도는 대학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적격자를 선발함과 동시에 사회적으로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는 제도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사회에서 개인의 사회적 지위와 삶의 기회를 배분하는 주요한 기제로 작용하기도 한다. 대입전형의 요소와 방법은 고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의 모습을 결정짓는 게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대학입학전형제도의 이러한 기능  때문에 정부는 때로는 불가피하게 시대적 상황에 따라 단기적으로 특정 측면을 강조한 전형제도를 운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 정부는 고교교육의 정상화와 대학의 학생선발의 타당성과 자율성, 사회적 통합 등 다양한 측면에 미치는 대학입학전형제도의 영향력을 종합적으로 균형 있게 고려하여 대입전형제도를 설계하여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서는 지난 달 발표하였듯이 단기적·미시적·기술적인 관점만을 고려하기보다는 장기적·거시적·정치적 관점에서 대입전형제도 설계와 운영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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