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남 교육문화체육부 차장대우

북제 유주의 「신론」에 나오는 말이다. 중국 전국시대 진나라 혜문왕이 촉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계략을 짰다. 혜문왕은 욕심이 많은 촉후를 이용해 지혜로 촉을 공략하기로 했다. 

그래서 신하들로 하여금 소 모양 만들게 해 그 속에 황금과 비단 채워 넣고 '쇠똥의 금'이라 칭한 후 촉후에 대한 우호의 예물을 보낸다고 소문을 퍼뜨렸다. 이 소문을 들은 촉후는 신하들의 간언을 듣지 않고 진나라 사신을 접견했고, 진의 사신이 올린 헌상품의 목록을 본 촉후는 눈이 어두워져 백성들을 징발해 보석의 소를 맞이할 길을 넓게 만들었다. 혜문왕은 보석의 소와 함께 장병 수만 명을 촉나라로 보냈고, 촉후는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도성의 교외까지 몸소 나와서 이를 맞이했다. 그러나 갑자기 진나라 병사들은 숨겨 두었던 무기를 꺼내 촉을 공격했다. 결국 촉은 망하고 보석의 소는 촉의 치욕의 상징으로 남았다. 촉후의 욕심이 나라를 잃게 만든 것이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은 이처럼 작은 것에 눈이 어두워져 큰 것을 잃는다는 뜻으로 쓰인다.

나방은 불에 몸을 던져 죽는다라는 뜻의 '여화부화'(如蛾赴火)나 이익을 보고 의리를 잊는다는 의미의 '견리망의'(見利忘義) 등도 '자신이 망가지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눈앞의 이익만 좇는 어리석음을 이르는 고사성어들이다.

추석을 앞두고 비상품감귤을 유통하려던 농민이 지난 15일 제주시에 적발됐다. 비상품감귤 유통행위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2012~2016년 5년간 비상품감귤 유통행위 적발건수는 서귀포시 1091건, 제주시 372건 등 총 1463건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에선 당도가 상품기준(10브릭스)에 턱없이 못 미치는 4브릭스에 불과한 감귤이 나오면서 감귤값 폭락을 불러오기도 했다. 

소비자를 기망하는 덜 익은 감귤이 전국 소비시장에 유통되면 감귤값 폭락을 불러오면서 농가 모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경각심이 필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감귤농사를 올해만 하고 접을 생각이 아니라면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일시적으로 부를 축적하거나 남보다 덜 노력하고도 잘 살려는 '소탐대실의 늪'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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