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길 농협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논설위원

최근 세계 정치에서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주요한 인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에서 39살의 프랑스 최연소 대통령으로 당선된 마크롱은 투자은행 출신으로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과 경제산업디지털부 장관이 자신의 유일한 공직 경험이다. 마크롱은 사회당 올란드 전 대통령 내각에서 장관 임기 중 추진했던 노동 개혁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자 사퇴하고 중도주의를 표방하면서 정치 전면에 나서게 되었다.     

대선의 승리에 이어서 지난 6월 총선에서도 마크롱이 창립한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는 민주운동당과의 연합을 통해 전체 577석 중 과반이 훨씬 넘는 350석의 대약진을 이루었다. 이에 반해 프랑스 정치의 전통적 양대 세력이었던 중도 우파의 공화당과 중도 좌파의 사회당은 참패함으로써 사실상 진보와 보수의 양당 체제가 해체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집권 여당이던 사회당은 아몽 대선 후보가 1차 투표에서 5위를 기록, 결선 투표에 나서지도 못했고 총선에서도 아몽을 비롯한 당내 유력 인사 대부분이 낙선하며 29석에 그쳐 당의 존립 기반이 붕괴될 위기에 빠졌다. 이러한 사회당의 대위기는 올랑드 전 정부의 심각한 무능력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즉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은 장기적 경기 침체 및 높은 실업률에 고공행진 중인 청년실업률과 노동 개혁 실패 등 무기력한 경제 정책에 연쇄 테러 발생으로 4%의 최악의 지지율을 보이며 연임에 도전하지 못하는 최초의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이렇듯 지난 프랑스 대선과 총선의 혁명적 결과는 양대 지배 정당의 무능력과 부패에 신물이 난 유권자들이 참신하고 개혁적 이미지의 마크롱과 앙마르슈에 표를 집중한 결과로 분석된다. 그러나 지난 총선은 사상 최저 투표율을 기록함으로써 국민의 참여가 저조하였는데 이는 마크롱 정부의 지지 기반이 확고하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근거로 해석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새로운 정부 내각에 다양한 정치 이념의 인사를 균형적으로 안배했고 각료의 절반을 여성에게 배정했으며 총선 공천자 중 절반을 정치 신인과 여성에게 할당하는 혁신적 인사 정책을 단행했다. 향후 마크롱 정부는 압도적 원내 다수석에 기반해 강력한 개혁 정책을 전개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마크롱은 경직된 프랑스 노동 시장의 유연화를 위해서 노동 분쟁 처리 기간을 단축하고 노동 시간을 연장하며 정리해고 요건 완화로 친기업적 노동법 개혁을 추진할 전망이다. 그리고 고용 창출을 위해 법인세 인하 등 감세 정책으로 기업 투자를 유인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마크롱은 공무원 감축과 비효율적 복지 시스템을 개혁함으로써 재정 지출을 삭감해 재정적자를 축소하고 정부 규제 완화로 시장의 자율성을 강화시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활용해 유럽 경제와 금융의 중심지인 런던에 위치한 다국적 기업과 금융사를 프랑스로 유치하는데 관심을 기울일 전망이다. 그러나 최근 마크롱은 노동 및 공공 부문 개혁에 대한 노동계와 공무원의 반발과 언론 소통의 미숙함으로 권위적 리더십이 부각되면서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한편 마크롱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및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세계 패권 수장들에 당당히 맞서면서 확고한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연출해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았고 유럽연합의 통합과 개혁을 강조하면서 독일의 메르켈 총리와 함께 유럽연합의 핵심적 리더로서의 면모를 부각시켰다. 또한 마크롱은 중동 제국의 분쟁 해결에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제시하고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서는 등 적극적 외교를 통해 강력한 세계 지도자로서의 위상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앞으로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의 국제적 자존감을 드높이고 심각한 위기 상태에 놓인 프랑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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