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굼부리·수월봉·새별오름 등 억새꽃 출렁
쏟아지는 달빛에 스며든 하얀 메밀꽃 눈길

가을이다. 괜스레 책 한권 곁에 두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사놓고 읽지 못한 책을 책장에서 꺼내보기도 하고, 홀린 듯 서점을 찾아가 이 책 저 책 펼쳐보게 된다. 고심해 고른 책의 마지막장을 넘길 때면 왠지 마음품이 넉넉해진다. 넓어져서 허전해진 마음의 여유를 짧아서 더 찬란한 '가을꽃'으로 채워보면 어떨까.

# 황금색 옷 갈아입고 손짓

온 섬을 금빛으로 물들이는 억새는 시원하면서도 포근한 제주의 가을바람을 만날 때 더욱 정취를 뽐낸다.

마치 사람이 손짓하듯 기다란 줄기에 매달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꽃은 이내 바라보는 이들을 가까이 오게 만든다.

'억새 명소'를 손에 모두 꼽기 어려울 만큼 제주섬 곳곳에는 가을만 되면 억새의 장관이 펼쳐진다.

산굼부리와 수월봉, 새별오름은 이미 억새가 내뿜는 황금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탐방객들에게 제주 가을의 매력을 선사하고 있다.

제주관광공사(JTO)는 드라이브와 억새를 함께 만끽할 수 있는 코스를 10월의 제주관광 10선 중 하나로 꼽았다.

제주시 구좌읍에서부터 성산읍 수산리까지 약 10㎞에 이르는 '금백조로'는 바람을 가르며 억새를 감상할 수 있으며, 1100도로 동쪽으로 펼쳐진 '산록남로'에서는 제주바다와 조화를 이루는 억새의 매력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 흐드러지게 핀 새하얀 꽃잎

"제주가 주산지다"라며 목청 높이듯 새하얀 꽃잎을 흐드러지게 피우는 메밀 역시 제주의 가을을 대표한다.

소원비는 마을로 유명한 구좌읍 송당리의 아부오름은 매년 이맘쯤이면 메밀꽃으로 뒤덮인다.

청명한 가을 하늘에서 쏟아지는 달빛과 메밀꽃의 조화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신비로움마저 느끼게 한다.

또 하얀 소금을 뿌려놓은 듯한 '보롬왓 메밀밭'과 관광객들 사이에서 이미 '포토스팟'으로 유명해진 오라동 메밀밭도 겨울이 오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명소다.

이외에도 가자니아와 꽃잔디, 야생화로 가득한 노리매공원과 서광 녹차밭도 마음 한 가득 감수성이 스며드는 장소로 손색없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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