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스토리> 재일제주인 4세 강하나 양

영화 '귀향'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히로인
외할머니·어머니 영향 4·3, 일본 내 차별 접해
조선적·조선학교 아픔…"제주인 긍지 지키겠다"

17살. 세상을 알기에는 아직 어린 앳된 소녀의 입에서 다부진 말이 나온다. 겪으며 배운 연륜에는 사실 나이가 없다.

제주에서 '강하나'라는 이름 석자는 아직 낯설다. 하지만 그의 지난 2년여 시간은 제주와 밀접하다.

강 양은 제작 과정은 물론이고 개봉을 전후에 '위안부'라는 이슈를 세상에 던졌던 영화 '귀향'(감독 조정래)의 히로인이다. 지난 14일 개봉한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도 나왔다.

영화 속에서 소녀 정민을 연기한 강 양은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제주인 4세다. 외증조부모가 중문 출신이다. 외할머니 김창생 작가(66)는 「4·3을 말한다」의 일본어판 번역 작업을 했고, 제주 4.3을 소재로 한 희곡 '고도의 여명' 등을 썼다. 영구귀국 후 현재 제주에 산다.

어머니는 오사카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극단 달오름의 김민수 대표다. 4.3평화마당극제 등의 인연으로 제주 역사를 다룬 작품을 기획?연출하는가 하면 일본내 한국인 차별 문제에 앞장서고 있다.

그 모든 것을 보고 자란 강 양이 '위안부'라는 역사와 제주를 마주하는 자세는 곧고 바르다. '배우'라 불리고 싶을 만도 한데 지난 8월 열린 제주4?3평화마당극제에는 우리 말을 잊으면 고향을 잃을까 노심초사하며 제주를 그리워 한 어머니를 그린 작품의 스태프로 극단을 도왔고, 지난 일요일 부산 공연에서는 일본 조선학교가 겪은 편견과 차별의 아픔을 그린 '424의 바람'무대에 직접 섰다.

지난해 영화와 관련한 신변 위협으로 공식석상에 나서지 않았던 것과 달리 올해는 영화 개봉에 맞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다는 생각은 그때도 지금도 없다. 누구의 영화도 아닌 (위안부)할머니들을 위한 영화이기 때문이다"란 다부진 인터뷰로 단단해진 모습을 보였다.

철이 든 만큼, 안타까운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다.

가장 큰 것은 가족과 관련된 일이다. 자신은 어머니와 수십번 한국과 제주를 오갔지만 아버지와 동생은 아직 한번도 동행하지 못했다. 국적 때문이다. 강 양은 "나와 어머니는 한국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동생과 아버지는 조선적인 상태"라며 "외할머니가 동생을 많이 보고 싶어 하신다. 제주에서 가족이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꿈은 '긍지'다. 영화를 찍는 동안 힘들었지만 일제 수탈의 비극적 역사를 알 수 있었고 주변 친구들이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됐다. 강 양은 "선대들이 겪을 것 만큼을 아니지만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 차별이 남아있다. 우리가 잘 몰라서 더 그렇다"며 "일본에 있는 많은 조선 사람들이 한국 사람으로, 제주 사람으로 긍지를 가지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그 것이 내 이름이 '하나'인 이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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