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명 제주국제대학교 법경찰행정학부 교수·논설위원

최근 부동산시장에 주택 공급과잉 우려와 함께 정부가 민간 택지 분양 아파트에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선시공 후분양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후분양제는 착공한 뒤 아파트가 80% 이상 지어졌을 때 입주자를 모집하고 분양하는 제도이다. 이는 투기 수요뿐 아니라 역전세난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입주물량이 많은 올해부터 주택시장에서는 공급과잉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39만 가구를 웃돌고 내년에는 42만가구 등 2년 여간 총 81만 가구 가량 입주할 계획이어서 역전세난의 확산과 더불어 입주자를 찾지 못하는 공가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주택의 공급관리와 관련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선시공을 통한 '후분양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과잉공급에 따른 부작용

선분양제도는 1997년 주택법 개정으로 도입되었다. 그 때 당시만 해도 주택보급률은 70%를 간신히 넘었고 빠르게 전개되는 도시화와 맞물려 주택 대량 공급이 절실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택공급을 원활히 한다는 목표 아래 정부나 건설사 대신 소비자가 건설자금(계약금, 중도금)을 미리 내는 선분양제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 경우 주택사업자는 전체 사업비의 일부(5%)만 부담하면 일단 주택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만큼 주택공급이 수월했다. 이렇게 선분양제에서 소비자는 모델하우스나 샘플하우스, 카탈로그 등을 보고 청약을 통해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분양대금을 분할해서 납부했다.

선분양제는 주택사업자의 초반 사업비 부담이 적어 공급은 쉽게 늘릴 수는 있지만 이 때문에 지나치게 공급자를 위한 제도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선분양제의문제점으로 당초 계획과 다른 설계, 마감제, 조경, 커뮤니티 등을 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와 시공사간의 분쟁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선분양 후 분양권 전매 거래시에 전매제한 단지의 불법 거래나 지나친 프리미엄 거품으로 인해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후분양제는 80% 이상 공사가 진행된 후 소비자는 분양 받을 아파트에 대한 실물의 상당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공사비에 대한 보다 세심한 내역의 확인이 가능하여 분양가 거품도 방지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선분양시에 고가로 책정된 분양가로 인해 주변 아파트값이 상승하는 일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 후분양 지지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후분양제를 하게 되면 주택사업자의 초기 사업비 조달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 이는 고스란히 후분양 때 분양가에 반영되어 소비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 후분양제를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이다. 또한 준공이 임박해서 분양을 하면 소비자들은 선분양 때와 달리 짧은 기간에 중도금, 잔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는 문제점도 있다. 이는 주택사업자와 소비자 모두 자금조달에 큰 부담을 갖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후분양제는 분양가 상한제 안에서 법적으로 최대한 분양가를 올릴 방법이 많다. 이는 아파트 골조공사를 3분의 2 이상 진행한 뒤 분양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을 받지 않아도 돼 고분양가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

실수요자 중심 주택공급시스템 마련

이처럼 선분양제와 후분양제 모두 장단점이 있어 제도를 바꾸는 것은 심사숙고해야 한다. 다만 현제는 부동산투기를 줄이고 주택시장의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후분양제 주장에 힘이 좀 더 실리는 모습이다. 선분양이든 후분양이든 정책결정권자, 건설업계, 주택시장 등 상호 간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다만 대출심사가 강화돼 목돈 마련이 어려운 소비자들의 경우 후분양제가 시행될 경우 주택 구입자금 마련에 대한 특별한 대안이 필요하다. 만일 대안이 없는 경우 후분양제 도입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이제는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공급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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