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정치부장 대우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신사옥내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열리는 아이폰X 신제품 공개 행사에 한국 언론사 기자만 초청받지 못했다. 애플측은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청탁금지법)'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청탁금지법은 기업이 일방적으로 특정한 언론매체를 선정해 취재편의를 제공하는 것을 '위법한 행위'로 보기 때문이다. 어쨌든 청탁금지법의 영향으로 한국 언론이 역차별을 받는 상황이 발생한 것만은 분명하다.

오는 28일로 '청탁금지법' 시행 1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쏟아졌던 기대와 우려에 대한 결과는 어떤가. 우선 국내 경제 전반의 소비 절벽을 우려했지만 통계청 등에 따르면 전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농·수·축산물이나 음식점·화훼 분야 등은 매출 감소 등 여파가 계속되고 있어 지원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기업이나 관가에 접대 관행이 줄어들면서 퇴근 시간이 빨라지고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졌다는 긍정적인 변화도 눈에 띈다. 또 음식점 등에서 각자내기(더치페이)가 어색하지 않게 됐다. 또 '촌지'라는 말로 대표되는 일선 학교에서는 '정(情)'이 없어질 만큼 잘 정착됐다는 말이 나온다. 공연업계 역시 기업의 협찬이 크게 줄어 직격탄을 맞았다. 또 신고포상금을 받고자 법 위반 사례를 찾아다니는 '란파라치'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최근까지 청탁금지법 신고자에게 포상금이 지급된 사례는 0건이다. 이는 제3자가 신고하기 위해서는 위법행위가 발생한 시간과 장소, 내용을 기재하고 증거를 제출해야 하는데 신고자가 위법 사실을 충분히 입증하기 어려워 란파라치 활동이 저조했다는 분석도 있다. 대검찰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법 시행이후 올해 8월까지 111명(동일인 중복 합산)이 수사를 받았고 이 가운데 7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청탁금지법에 대해 여전히 논란도 있지만 국민들의 청렴 의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다 준 것만은 사실이다. 장기적으로 볼때 '청탁금지법 때문에'가 아닌 '청탁금지법 덕분에'라는 평가가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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