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정치부 차장

진나라 때 위무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그에게는 첩이 한 명 있었다. 어느 날 위무가 병으로 몸져눕게 됐다. 그는 아들 위과에게 "내가 죽으면 이 첩을 다른 사람에게 시집보내라"고 말했다. 병이 심해 죽기 직전에 다시 아들을 불러 "내가 죽으면 첩을 나와 같이 묻어달라"고 유언했다. 그러나 위과는 "아버지는 평상시에 이 여자를 시집보내 주라고 유언을 했었다. 임종 때는 정신이 혼미해서 하신 말씀이다. 효자는 정신이 맑을 때 명령을 따르고 어지러울 때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고 했다"고 하며 첩을 다른 사람에게 시집보냈다. 

시간이 흘러 위과가 전쟁에 나가게 됐다. 전쟁에서 위과가 위험에 처했는데 적의 장수가 탄 말이 풀에 걸려 넘어지면서 오히려 큰 전공을 세울 수 있었다. 그날 밤 위과의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나서 "나는 그대 아버지 첩의 아비요. 그대는 아버님이 옳은 정신일 때의 유언에 따라 내 딸을 출가시켰소. 그 이후로 나는 그대에게 보답할 길을 찾았는데 이제야 그 은혜를 갚은 것이오"라고 말했다. 여기서 유래된 말이 결초보은(結草報恩)이다. 결초보은은 풀을 묶어서 은혜를 갚는다는 뜻으로, 죽어 혼이 되더라도 입은 은혜를 잊지 않고 갚는다는 의미다.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가족, 친척,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자연스레 자녀 교육과 먹고 사는 문제, 부모님 건강 등 이야기보따리가 풀린다. 정치 또는 사회 이슈에 관한 이야기도 추석 밥상의 단골 메뉴다. 그래서 추석 민심이라는 말이 나왔고 정치권도 추석 민심에 촉각을 기울인다. 그러나 여야는 추석 연휴가 끝나면 으레 각자 파악했다는 민심을 언론에 전하면서 꼭 아전인수격 해석을 덧붙인다. 여당은 야당이 국정 발목을 잡고 있다, 야당은 정부가 국민 소통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국민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발표해 왔다. 

도민들은 평상시 정치인들이 어떤 행동과 말을 했는지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다. 선거 때가 다가와서야 지지해준 도민을 위해 결초보은하겠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도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또 정치인들이 추석 민심을 들어보니 "이렇다"라는 말에도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