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제주일고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 졸업식에서 만학도들이 졸업장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왼쪽부터 안순행·김기관·오권현·변춘자·이운진·이영길씨)<부현일 기자>
가정형편 등의 불가피한 이유로 배움의 길을 중도에 접어야만 했던 만학도 7명이 나란히 고등학교 학력을 취득했다.

17일 제주제일고등학교 청룡관에서 열린 방송통신고등학교(교장 허경운)의 2001학년 25회 졸업식장은 뒤늦게 졸업장을 받아든 3학년 128명의 상기된 표정으로 가득찼다.

교복 없이 3년간 고교를 다닌 졸업생들은 대학졸업식처럼 가운과 학사모를 착용하고 졸업장을 받았다.

어려움을 딛고 받은 고교졸업장이 대학졸업장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학교측에서 가운과 학사모를 준비했다.

그러나 절반이상인 70명은 늦게 시작한 배움의 길을 접을 수 없다는 의지로 올해 대학에 진학, 식지 않는 향학열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졸업생중에는 50세를 넘은 아버지·어머니들이 자녀들로부터 축하를 받아 눈길을 끌었다.

만학도는 졸업생 128명중 최고 연장자인 이영길씨(60·제주시 연동)를 비롯 이운진씨(56·구좌읍 동김녕리), 김기관씨(55·서귀포시 서귀동), 변춘자씨(52·제주시 연동), 김하선씨(51·제주시 용담2동), 오권현씨(51·남원읍 위미리), 안순행씨(50·애월읍 하귀2리).

몇몇은 늦깎이로 고교를 졸업한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수줍게 여기면서도 나름대로의 사정으로 미뤄온 고교졸업장 취득의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학생·부모·생업종사자로서 지난 3년간 ‘1인3역’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등 모두가 고등학교 학업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이영길·변춘자·김하선·오권현씨 4명은 고등학교 학력으로 끝낼 수 없다는 의지를 갖고 올해 제주대·한라대 등에 진학, 3년전처럼 다시한번 배움의 길을 선택했다.

한라대 사회복지과에 진학할 이영길씨는 “고교졸업장을 받을 수 있도록 가족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줬다”며 “대학에서 배운 전문지식을 토대로 남은 인생을 사회에 봉사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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