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훈 변호사

민법 제1026조는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 또는 상속인이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한 후에 상속재산을 은닉하거나 부정소비하거나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아니한 때에는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부친이 사망하여 상속재산으로 부동산과 은행 예금 및 채무를 남겼는데, 채무가 부동산의 가액과 예금의 합산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자녀들은 부친이 사망한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내에 법원에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 신고를 할 수 있다. 이 기간이 지나도록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 신고를 하지 않으면 상속을 단순승인한 것으로 보게 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상속인인 자녀들이 법원에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 신고를 하여 이를 수리하는 심판을 고지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전에 상속재산인 부동산을 매도하거나 은행 예금을 찾아 써버린 경우에는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것이 되어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의 효력은 없어지고 단순승인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므로 이 경우 부친의 채권자들이 상속인인 자녀들을 상대로 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상속인들이 이미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예금을 찾아 써버린 사실을 입증하면 피고들은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 수리 심판을 받은 사실을 내세우더라도 정당한 항변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상속인이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 수리 심판을 받은 후에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예금을 인출하여 소비한 경우는 상속재산을 부정소비한 것이 되어 역시 상속을 단순승인한 것으로 간주된다. 여기서 '상속재산의 부정소비'라 함은 정당한 사유 없이 상속재산을 써서 없애어 그 재산적 가치를 상실시키는 행위를 뜻한다. 

그러므로 만일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처분하여 1순위 저당권자 등 우선변제권자에게 변제하였다면 이것은 상속재산을 부정소비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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