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생 교육문화체육부국장 대우

예전 영화 '편지'를 보다보면 사랑하는 남녀가 숲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오가던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그곳은 경기도의 광릉수목원으로 길 양 옆에 아치형을 이룬 아름다운 나무가 젓나무다. 젓나무는 '곧음'을 상징하며 다른 나무들처럼 휘거나 굽어 자라지 않고 외대로 항상 위로만 뻗는 특징이 있다. 이렇듯 곧게 위로만 자라기 때문에 혼자서만 있어서는 주위의 바람을 이겨낼 수 없다. 그래서 젓나무가 자란 숲은 보면 위로만 자라면서도 모진 바람에도 서로 의지하며 부러지거나 쓰러지지 않고 이겨내는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이렇듯 강직한 삶을 사는 젓나무는 '더불어 산다는 것'의 의미를 일깨우쳐 준다. 젓나무 서로가 옆의 나무와 더불어 살며 앞지르려하지 않고 서로 손잡고 함께 그 깊은 숲을 이루고 있으니 말이다

이달 초 독일 프로축구 2부 리그 경기에서 진정한 체육정신 즉 '페어플레이'가 무엇인가를 보여준 사건이 있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지난 10일 독일 다름슈타트에서 펼쳐진 Vfl보훔과 다름슈타트의 대결에서 나왔다. 보훔이 0-1로 리드 당하던 후반 18분 보훔의 주장 펠릭스 바스티안스가 상대 페널티지역 안으로 돌파하던 중 넘어졌다. 순간 주심은 수비수의 반칙으로 보고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이에 주심의 페널티킥 판정에 흥분한 다름슈타트 선수들이 주심에게 달려가 거칠게 항의하자 주심은 넘어진 바스티안스에게 직접 당시 상황에 관해 물었다. 곧바로 바스티안스는 "상대 선수와의 접촉이 없었다"고 답했다.  주심의 페널티킥 선언이 무효라는 말이다. 페널티킥을 얻었더라면 동점 상황까지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바스티안스는 진정한 양심을 보여줬다. 이 양심선언에 양팀의 코칭스태프, 선수와 구단관계자 등 모두가 찬사를 보냈다. 다름슈타트의 감독은 "바스티안스에게 경의와 엄청난 찬사를 표한다. 프로축구에서 쉽게 보기 힘든 일"이라고 치켜세웠다. 보훔 감독 역시 "심판이 실수했을 때 선수들에게 이를 지적하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선수들은 모두 어른이고 인격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바스티안스의 정직함이 통했을까. 보훔은 이날 후반 36분과 후반 41분 연속골을 터트리며 2-1 역전승을 거뒀다. 페어플레이가 결국 승리로 돌아온 것이다. 

지난해 3월 도내 엘리트와 생활체육을 아우르는 통합제주특별자치도체육회가 출범했다. 통합제주도체육회는 통합체육회 운영에 따른 각종 규정 제정을 비롯해 이사회의 자문기구인 각종위원회 구성 등 전문체육과 생활체육 단체 통합에 의한 균형발전의 선진 스포츠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역체육 진흥을 위한 발걸음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해 8월말까지 회원종목단체 통합을 추진했지만 엄격한 '중임제한' 규정의 적용 등으로 통합이 순탄치 못했다. 축구종목의 경우 당선자에 대한 결격사유로 인해  재차 회장을 선출하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다행히 무난하게 새로운 회장을 수장으로 선출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하지만 1년 1개월이 지난 9월 현재 아직까지도 수영종목은 통합제주도수영연맹 회장을 선임하지 못하고 있어 진정한 통합제주도체육회 출범을 무색케 하고 있다. 수영종목은 지난해 8월 통합 창립총회를 개최해 신임회장을 선출했지만 입후보자의 자격 문제 소송 제기와 도체육회의 지도사항을 미이행했다는 이유로 총회가 연기 이후 정상화가 무산되는 사태를 초래했다. 11월 결격단체로 지정된 후 올해 2월 도체육회 이사회 의결로 수영정상화 대책위원회가 구성 운영돼 합의를 도출했지만 당선자의 합의 내용 미수용으로 또다시 통합의 기회를 놓쳤다. 지난 7월 임시총회가 열려 규약 승인요청은 의결했지만 재선거 실시 여부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팽팽한 기싸움(찬성 10, 반대 10)으로 부결, 도체육회는 수영관리위원회로 전환해 마지막 정상화 추진에 들어갔다. 스포츠는 '페어플레이'가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  진정한 통합제주도체육회를 위해 더불어 살아가는 젓나무의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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