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제주도의회 교육의원

역대 정부치고 교육에 투자하지 않은 경우는 없다. 그렇지만 학생들의 다양한 욕구를 수용하며 학생들의 창의성을 발휘하는 데 성공적인 제도를 시행했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는 드물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고교학점제 실시에 대한 관심이 크다. 현행 고교의 단위제는 특정한 교과목을 50분씩 17회의 교육을 받음으로써 1단위를 이수하였음을 인정하는 시스템이다. 학생이 수업에 참여만 하고, 출석만 하면 그 과목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된다. 목표에 도달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학생 스스로 교과목을 선택하여 이수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과정에 따라 학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한다. 설령 선택과목제를 두고 있어도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교과의 수는 매우 제한적이다.

그러나 고교 학점제는 학생이 자기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자기 주도적으로 구성할 수 있어서'학생 맞춤형교육'을 구현할 수 있다. 특히 무학년제와 연계되어 시행될 수 있다면 지금까지의 학령에 기초한 학습 집단에서 벗어나 학생 개인의 전반적 발달 수준의 차이에 기초해서 학습능력 기준에 따라 학습 집단을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게 된다. 그만큼 교과의 수준에 따른 선택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고교 학점제는 당장 실현할 수만 있다면 학생 입장에선 더 바랄 것 없이 좋은 제도이다. 이 제도가 시행된다면 학교 현장의 변화는 혁신적이다. 

고교 학점제는 과목별 이수 성취기준에 도달한 학생에게 학점을 부여하고, 각 과목별 학점이 누적되어 최소 졸업 인정 학점에 도달하는 학생에게 졸업을 인정하는 제도이기도 하다. 막상 구체적인 시행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교 학점제를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다. 

첫째, 현행 학교교육과정을 선택형 교육과정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의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고 학생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형성시켜 나가는 주체가 될 수 있다. 이는 학교 현장 수준에서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교육부 고시는 물론 교육청 지침이 일선 학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주어야 한다.

둘째, 교과 이수의 기준을 정하기 위해선 성취기준이 마련되어야 하고, 어느 정도의 성취기준에 도달한 한 경우를 이수한 것으로 볼 것인지도 세부 기준도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서 목표지향평가인 절대평가가 전면적으로 시행되어야 하고, 교사별 평가도 보장받아야 한다. 이수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들이 과락 되는 일에 대비해야 하고, 또 과락된 학생들을 구제할 수 있는 여러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 사실 이런 일들은 학교 현장의 교육담당자들이 앞으로 마련해야 할 일이다. 

셋째, 다양한 학습 집단과 강좌 유형에 따라 배움이 일어날 수 있도록 충분한 시설도 필요하고 질적으로 적합한 학습 환경도 구성해야 한다. 우선 학생들 학습 공간인 교실부터 학습자 중심 공간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넷째, 담임교사가 학생들의 생활을 일일이 관찰 기록하는 학교생활기록부가 대학입시 의 핵심자료가 되는 제도 또한 달라져야한다. 그러면 대학입시 또한 당연히 달라질 것이며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한 개선도 필요할 것이다.

다섯째, 진로교육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고교 학점제는 대학의 전공이나 취업과 연계되어야 하기 때문에 진로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진로교육으로는 고교 학점제 시행은 어림도 없다. 

따라서 지금 마련하는 고교 학점제를 여러 여건 등으로 인하여 어렵다며 과감하게 시행하지 못한다면 오늘을 사는 우리 학생들은 언제 학습의 주체로 인정받으며 자신의 역량을 신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겠는가? 어느 것 하나 망설이거나 주저할 일이 아니다. 학생의 흥미와 적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교육의 실현, 학생들의 수업 선택권을 확대하는 고교 학점제 실행에 어려움이 있고 시행착오가 예상되지만 나는 적극 찬성한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