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찬국 충남대학교 교수·논설위원

지역의 축산악취문제는 해묵은 일이다. 필자의 기억으로 제주에서 열린 토론회 참석자들이 이를 지적한지 십년도 넘는다. 그런데 개선은커녕 더 악화된 모양이다. 

오랫동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유를 관련 규제가 강화되었을 때 혜택과 부담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를 생각해보면 도움이 된다. 부담은 소수의 축산업자에 집중되는 반면 악취해소의 이익은 불특정 다수에게 분산된다. 소수의 피해자가 똘똘 뭉쳐 모든 수단을 동원하며 자기들의 이익을 지키려는 반면 분산된 수익자는 무심해보이니 효과적 시정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략 300개 미만의 사육장을 운영하는 축산업자당 14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한다. 악취관련 민원은 지난 2년 사이에 두 배나 뛰어 600건을 넘어섰다. 악취 근절을 위해 사육 밀도, 방식을 크게 바꾸어야 하는 데 이런 조치를 막기 위해 조합 등 각종 경로를 통해 백방으로 노력 했을 것이다. 내세울 성과가 아쉬운 도정은 축산업 수익증대를 큰 성과로 홍보하기에 바빴지 해결해도 생색나지 않는 악취문제는 뒷전 일 수밖에 없다.       

그 동안 피해를 호소해온 것은 민박집 주인들뿐만 아니라 국내의 고소득층 유력인사 이용객이 많은 평화로 주변의 골프장들도 포함된다. 이들도 안면이 있는 지역의 정·재계 인사들에게 문제를 알렸을 것이다. 그럼에도 개선되지 않았던 악취문제는 이용객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며 골프장의 경영난에도 기여했을 것이다.  

급기야 대형 양돈분뇨 불법누출 사건이 크게 불거졌다. 그간 지역 주민의 불편이 오죽했으면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까지 했을까. 전국적인 보도로 문제가 알려지면서 이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높아질 것인데, 또 실망하게 될 것 같아 걱정스럽다. 앞서 설명한 인센티브 구조가 작동하는 상황에서 일회성 언론 보도와 주민 시위는 효과가 길지 않기 때문이다. 

제주의 축산분뇨악취와 상극은 청정 생수이다. 분뇨악취문제는 지하수 오염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인 제주산 생수와 경쟁하는 업체들이 지역에서 일어난 분뇨불법방류 사건을 자사 제품의 광고에 이용하는 일은 시간문제다. 생수 취수원의 고도가 오염 발생지대보다 높다고 설명할지 모르나 청정 이미지를 망치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럼에도 축산분뇨 악취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을 수익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2015년 기준으로 지역 축산업의 매출은 9천억 원이 넘고 양돈업만 해도 4천억 원이 넘는다. 생수의 매출은 2천억 원 정도이다. 물이 주된 원료인 주류  의 매출을 포함하면 액수가 더 높을 것이나 축산업에 비해 밀린다.  

기회비용을 고려하지 않는 참 바보스러운 샘 법이다. 악취문제를 계속 미봉책으로 덮어 넘기면 제주경쟁력의 핵심인 청정이 지속적으로 훼손되며 잠재적 손실이 지금의 축산업 수입을 훨씬 넘을 것이기 때문이다. 양돈업의 매출이 커 보이지만 사료, 항생제, 시설유지 등의 직접비용과 악취, 지하수와 연안오염, 동물학대 등 상당한 간접비용을 수반한다. 갈수록 이런 비용은 더 커질 것이다.

이에 비해 물장사는 직·간접비용이 낮고 지속가능하다. 천혜의 자연 조건의 덕에 제주의 공기업은 봉이 김선달의 대동강 물 팔기를 연상시키는 사업으로 큰 수입을 올리고 있다. 역설적으로 제주는 물이 귀한 자원이고 쉽게 오염될 수 있다는 사실에 무관심해진 것 같다. 

중장기적으로 청정 보존과 대규모 축산업이 제주에서 양립할 수 없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국내에서 돼지를 사육할 수 있는 곳은 많지만 제주와 같은 환경을 타고난 곳은 드물다. 인구 유입이 지속되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

이미 지역 부동산 광풍과 난개발, 교통난 등 제주가 조용한 청정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축산분뇨악취는 이런 추세에 박차를 가하는 또 하나의 악재이어서 제주의 앞날이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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