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무순 제주특별자치도 보건복지여성국장

예로부터 제주는 어르신들이 참 활기찬 고장이다. 지금도 해녀 어르신들은 여든이 넘은 나이임에도 그만 물질 놓으시라는 권유에 한사코 손사래를 치신다. 삼삼오오 모여 김을 매는 당근밭 마늘밭 너머로 들려오는 어르신들의 수다도 철철 힘이 넘친다. 감귤밭에서도 주인공은 반백년 노하우를 자랑하는 어르신들이다. 또 제주의 안거리 밖거리 문화에는 스스로 독립적이고 생산적인 노년의 삶을 살아가시는 제주 어르신들의 특별하고 고귀한 정신이 깃들어 있다. 정말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수명도 더욱 길어지는 추세다. 보험사들도 이제는 '100세 보장'을 기본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99세까지 88하게 살자고 해서 붙여진 '9988' 시대가 이미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드는 제주

제주는 올해 노인정책의 분기점을 맞고 있다. 금년 8월 제주인구는 약 65만2000명으로 그중 노인인구는 9만2000명(14.1%)이다. 17개 시·도 중 9위로서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80세 이상 인구도 2만3000명(25.1%)에 달하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는 경제인구 감소는 물론 노인 빈곤층 증가와 부양비 부담 등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치매 유병률 문제 등 가족의 부담에 떠넘기지 않고 제주공동체 전체가 풀어야 할 과제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제주도는 큰 틀에서 빈곤, 질병, 무위, 고독이라는 4대 문제의식을 가지고 일자리와 취미문화생활, 건강과 사회 안전 중심의 노인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27일 제주도는 도단위 광역단체에서 처음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에 가입하였다. 타이틀 하나 얻자는 게 아니라, 어르신 중심의 보편적 복지의 모델을 만들고 노후 걱정 없는 제주를 만들기 위한 가입이다. 

필자는 며칠 전,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 가입 기념 국제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여하여 국내·외 선진사례에서 제주의 노인정책을 접목할 기회도 가졌다. 제주도는 선제적으로 제주연구원에 설치한 '제주고령사회연구센터'를 통해 보다 나은 고령친화도시를 설계하고 있다. 앞으로 노인복지정책위원회를 더욱 활성화시키고 중고령자 등 어르신들을 보다 세분화해서 다양한 복지욕구에 맞춤형으로 대응해나갈 예정이다.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가장 적극적인 사회참여의 방법은 노동이다.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는 소득은 물론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을 권리다. 제주의 어르신 일자리는 보건복지부로부터 5년 연속 최우수 평가를 받고 있다. 올레길과 생태문화를 해설하는 시니어 길동무 사업이 대표적이다. 또 노인취업교육센터 유치, 고령자친화기업 도내 1호점 개설 등 인프라가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 뒤처지는 부분도 적지 않은 만큼 베이비부머세대의 노후안정 지원을 위해 올해부터 시행하는 '탐나는 5060' 프로젝트를 비롯해서 보다 과감한 정책을 펴나갈 방침이다.

제주 곳곳의 어르신 여가시설들은 늘 생기 넘치고 인기가 높다. 노인복지관과 노인대학(원), 경로당이 대표적이다. 주민센터도 한 몫 거든다. 특히 경로당은 다양한 프로그램과 건강 시설들이 구비되어 문화공간이자 안전 쉼터로 활용되고 있다. '실탄'도 아낌없이 뒷받침하고 있다. 

올해부터 불편한 어르신을 위한 성인용 보행기 보급,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을 위한 생활관리사 파견, 그리고 치매문제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전국 최고 수준의 치매집중관리체계를 마련해서 어르신과 가족들의 어려움을 함께 해나갈 것이다.

고령 친화도시의 제주목표 완성

우리 인간은 누구나 어느 곳에서 어떻게 살며 노후를 어떻게 보낼까 하는 사항은 우리 모두의 관심사다. 따라서 이번에 추진하고 있는 제주 고령친화도시 조성 실행계획 추진의 성공여부는 행정의 적극적 참여와 실무 부서간 협력체계 구축, 필요한 예산확보, 행정시를 포함한 실무협의회 활성화라 하겠다. 

제주도의 어르신 정책 목표는 확고하다. 고령친화도시의 제주의 목표는 도민 누구나 노후가 건강한 생활과 함께 행복하고 살기편한 도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인만큼 하나 둘 단계적으로 어르신들이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자기 주도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시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고 이를 위해 매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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