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수지(旅行收支)가 2000년들며 적자로 돌아섰다. 외국인관광객들이 우리나라에서 사용한 돈보다 우리국민들이 해외나들이에서 쓴 돈이 더 많다는 얘기다. '열 개를 받고 열두개를 내준꼴'이니 적자살림을 피하기는 어려운 일이 아닐수없다.

최근 한국은행이 밝힌 여행수지동향을 보면 걱정소리가 나올만하다. 올해 1월 외국인여행자가 국내서 4억2천8백만달러를 사용했다. 반면에 우리국민은 해외여행에서 4억7천3백만달러를 소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과적으로 새천년 첫달의 '국가관광영업'에서 4천5백만달러어치의 마이너스장사를 기록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행수지가 적자를 보인건 처음이 아니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89년이후로 적자분석은 종종 있어온게 사실이다. 97년에는 26억달러의 마이너스를 기록한적도 있으나 지난 1월의 여행수지적자에 우려의 눈초리를 보내는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기마련이다. 외환위기 먹구름에 덮여 해외여행을 자제하던 97년 10월부터 흑자를 낳았는데 또다시 적자로 내려앉은때문이다.

다시말해 흑자행진은 27개월만에 일단 종지부를 찍은셈이다. 1월적자에 관심이 집중되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있다. IMF경제한파로 가라앉았던 '해외여행거품'이 다시 일고있음을 보여주고있다. 동시에 32억7천만∼12억7천만달러의 플러스를 보였던 98년과 99년, 두해와 비교하면 졸라맸던 국민들의 허리띠가 그새 얼마만큼 풀렸는가를 감지하고도 남는다.

한달치 여행수지 분석결과를 놓고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얘기가 어쩌면 나옴직도하다. 또한 흑자로 곧 전환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대수롭지않게 그냥 넘길일은 분명 아닌 것같다. 과다한 해외여행이 캉드쉬가 이끄는 '국제구제금융'을 불러들인 원인가운데 하나였다면 더욱 몰라라할수는 없는노릇이다.

얼마전 박태준국무총리가 여행수지적자를 거론하며 우려를 표명한것도 이런 배경탓이다. 다시 봇물처럼 터지는 과소비여행이 내각책임자로서도 걱정스럽다는 뜻이다. 여행수지가 안좋다고 외국여행을 못가게하거나, 세계공부를 하겠다는 의지를 막을수도 없기에 우려감을 쉽게 떨쳐버리지못하는 실정이다.

물론 정부가 "IMF체제를 극복했다"고 외쳤고 경기가 회복세를 타는 실정이어서 해외행을 보는 시각도 1~2년전과는 다르다. 다소 풀린 시선이 '해외로 해외로'를 부채질하는 마당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럴때가 아니다. 아직까지도 한푼의 외화라도 아껴야할 나라로 여겨진다. 최근 무역수지마저 적자의 늪에 빠진 고민하는 상황에서는 더그렇다.

아직도 국민소득은 1만달러시대로 되돌려놓지못한 상태다. 설령 1만달러에 올랐다해도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들과 비교한다면 50~20년이나 뒤쳐질정도니 갈길은 아직도 멀다고볼수있다. 이런데도 경기가 다소 나아졌다고, 돈깨나 있다고 예전버릇을 드러내며 2만달러시대의 소비현상을 연출한다면 문제거리다.

IMF의 캄캄한 터널을 어느정도 벗어났다고 '그옛날'을 벌써 망각해서는 안된다. 그누가 지적했던것처럼 샴페인을 재차 먼저 터트리는 실수를 범하진말아야한다. 부유층과 중하류층은 각각 그들나름의 살아가는 법이 있겠지만 소비와 거품을 혼동하지않는 현명함이 여전히 필요한때인것 같다. 국제구제금융한파는 완전히 가시지않았다. <백승훈·기획관리실장>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