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시에서 제주목 관아지의 복원을 위하여 외대문의 복원공사가 한창이다. 시민들의 헌와운동이 벌어지고, 심지어 초등학생들까지 기꺼이 참여하고 있다. 요즘과 같은 세태에 역사적인 전통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게 한다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正體性, Originality)을 명확하게 인식시키고, 미래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는 시금석으로서 좋은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역사문화환경의 보존, 그 중 문화재의 복원작업이 과연 바람직한 내용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복원이란, 시간의 진행에 의하여 자연적, 인위적으로 손상, 변형된 역사유산을 원형으로 되돌려 놓는 일을 말한다. 여기에서 가장 근간을 이루는 요소는 “원형의 복구”이다. 멸실된 역사유산의 원형을 추정해 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한, 역사유산이란 최초의 모습만이 아니라, 중간에 개조나 변경된 모습들까지도 포함하게 마련이기 때문에, 복원하는 경우 어떠한 모습(어느 시점의 모습)으로 되돌리느냐는 것이 대단한 논란거리가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요소들을 바탕으로 생각하면, 제주에서 이루어진 몇 가지의 오류를 지적할 수 있다. 제주시의 역사적 상징인 관덕정이 일제이후 몇 차례의 보수과정에서 그 원형을 잃어버렸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대정향교 대성전도 제주건축의 독특한 형식을 갖추고 있었으나, 몇 해전의 보수공사로 공포와 지붕의 형태, 모서리기둥상부의 문양 등이 육지의 건축형식으로 바뀌어 버렸다. 또한 성읍마을을 민속마을로 조성하면서 마을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직선대로를 뚫어 전통마을의 분위기를 파괴시켰다. 이러한 작업들로 제주만이 갖고 있던 전통적인 내용들이 외부의 것으로 교체되고, 결과적으로는 제주의 전통은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오류가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제주의 역사문화환경에 대한 정확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복원, 보호, 보수, 조성 등의 보존작업은 전문가들간의 충분한 논의를 거친 엄밀한 고증을 거쳐야 하며, 실천하는 데에도 가장 적절하고 적합한 방법을 모색한 후 시행하여야 한다.

특히 무엇보다 중요한 사항은 그것들에 대한 보존작업들이 순수하게 제주인들을 위한 작업이어야 하며, 외지인들에게 먼저 보여지기 위한 것들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태도와 의지가 바탕을 이루어야 한다는 점이다. 외지인들에게 보여지기 위한 역사문화환경은 제2의적(第二義的)인 의미와 가치를 가질 뿐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 가치가 전도된다면 작업의 의도나 결과가 왜곡되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인 것이다.

이러한 생각들을 바탕으로 제주목관아지의 복원사업에 대하여 때늦은(?) 제안을 하고자 한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외대문의 복원은 충분한 의의를 갖는다. 외대문의 사진이 남아있어서 어느 정도 원형에 가깝게 복원할 수 있으며, 관아지의 영역을 명확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건물의 복원은 관아건물의 원형을 추정할 수 있는 충분한 연구가 수행된 이후로 미루어져야 하며, 그때까지 이곳은 사적공원으로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출토된 유구들의 보존처리를 한 다음 이 부분에 흙을 덮고 그 위에 유적이 있었음을 표시하는 방법(이에 대한 수법은 또한 다양하다)을 사용하여 사적지임을 표현할 수 있다. 또 이곳에서 출토된 유물이나 제주성곽의 복원모형 등의 전시를 위하여 한 편에 전시관을 설치하여 일반에 공개하는 방법도 있다. 이러한 예들은 선진국들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기에 충분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후손들에게까지 평가받을 역사유적의 복원작업은 디즈니랜드의 신데렐라궁전을 세우는 일이 아니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 행하여야 할 것이다.<양상호·탐라대 교수· 건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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