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 독자민원실]

택시기사 김모씨 지인 부탁으로 첫 택시관광 나서
유료 관광지·대형 식당·호텔 등 먼저 수수료 제공

김씨가 도내 한 대형식당으로부터 받은 수수료 1만1000원이 적힌 영수증.

"어딜 가든 먼저 불러서 수수료를 챙겨줬습니다. 말로만 들었던 제주관광의 수수료 병폐를 직접 겪어보니 정말 이래도 되나 싶었습니다"

제주관광의 고질병인 업체와 가이드 간 수수료 거래 관행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수수료 지급에 따른 업체의 부담이 고스란히 관광객들의 주머니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제주여행 만족도 제고를 위한 관광당국의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올해로 16년째 제주에서 택시를 운전하고 있는 김모씨는 지난달 타 지역에 거주하는 지인으로부터 택시관광을 부탁받았다.

추석 연휴인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3박4일간 지인들을 태우고 관광에 나서게 된 김씨는 가는 곳 마다 수수료를 챙겨주는 업체들의 행태에 아연실색했다.

실제 김씨는 2일 제주시내 한 테마공원에 택시를 주차한 후 지인들을 배웅하고 돌아서자마자 '잠깐 들어와보라'는 업체 직원의 요청에 따라 매표소로 발길했다.

김씨는 "해당 직원이 명부를 갖다 주며 이름과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등 개인정보를 기재하면 통장으로 수수료가 입금된다고 설명했다"며 "이미 명부에는 관광버스 기사 등 5~6명의 이름이 적혀있었다"고 말했다.

명부 기재를 거부한 김씨는 이후 저녁식사를 위해 찾은 대형식당에서도 똑같은 상황에 직면했다.

식당 점원이 김씨에게 수수료 '1만1000원'이 적힌 지인들의 식사료 영수증을 지급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김씨는 지인들의 숙소를 예약하는 과정에서 한 호텔로부터 "수수료를 주지 않는 대신 평일가로 방을 제공하겠다"는 제의도 받았다.

김씨는 "제주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수많은 무료 관광지 대신 수수료를 받기 위해 상대적으로 비싼 사설 관광지 위주로 운행한다는 주변 택시기사들의 말을 실감했다"며 "업체들이 지급하는 수수료는 결국 제주여행 만족도를 떨어트리는 바가지요금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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