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전국문학인 제주포럼이 13일 개막한 가운데 오리엔탈호텔 회의장에서 '재일제주인 문학과 한국문학' 세션에서 제주 출신 김길호 소설가가 '재일제주인 문학의 외연과 경계'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봉철 기자

13일 전국문학인 제주포럼 개막…첫 세션 오리엔탈호텔서 열려
김길호 재일작가 김석범·김시종 등 주목…식민지 주박 극복 과제

재일제주인 문학의 일본어문학내 위상과 의미를 확인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제주시가 주최하고 제주문화원·제주문인협회·제주작가회의로 구성된 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2017 전국문학인 제주포럼이 13일 개막한 가운데 오리엔탈호텔 회의장에서 '재일제주인 문학과 한국문학' 세션이 열렸다.

먼저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는 제주 출신 김길호 소설가(68)는 "현재 재일제주인 문인은 고인 3명을 포함해 모두 17명으로, 재일동포 문인중 31%에 달한다"며 재일제주인 문인들의 작품집과 수상경력을 소개했다.

소설에서는 마이니치예술상에 이어 최근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을 수상한 '화산도' 저자 김석범(92)을 비롯해 △고 김태생 '나의 일본지도' △양석일(81) '피와 뼈' 야마모토 슈고로오상 △김길호(67) '이쿠노아리랑:한국어) 해외한국문학상 수상 △원수일(66) '이카이노타령' △김창생(65) '이카이노발 코리안 카루타' △김유정(65) 단편 '포도' 라이락문학상 △고 이양지 '유희' 아쿠다가와상 △김중명(61) '산학무예장' 아사히신인문학상 △김마스미(56) '매솟도' 문예신인상 △현월(52) '그늘의 집' 아쿠다가와상  △카네시로 카즈키 'GO' 나오키상 등이다.

시에서는 △김시종(88) '조선과 일본에 살다' 오사라기 지로오상 △정인(86) '감상주파' △고 종추월 '종추월시집', 아동문학에서는 △고정자(70) '할아버지 담배통' APPA상, 논픽션은 △고찬유(70) '타향살이' 부락해방문학상 등이다.

김 작가는 특히 김석범의 소설 '화산도'가 2015년 한국어 완역판 발간 후 문학평론가들의 '제주, 화산도를 말하다' 연구서가 올해 출간되는 등 앞으로 화산도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전개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 4·3으로 인해 본의 아닌 재일의 삶을 살아야 했던 김시종 시인의 '조선과 일본에 살다'는 시집이 아닌 자서전으로서 문학상을 받은 특이한 경우로 "김 시인이 이방인으로 불리면서도 반골정신을 꺾지 않아온 신념에 일본문단이 공명하고 감동한 것"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발간된 원수일 작가의 소설 '이카이노 타령'에 대해서는 "제주인들의 풍자적인 내용을 담은 작품으로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제주어를 적극 사용했다"며 "다만 일본어로 표기된 방언을 이해하는데는 한계를 느꼈다"고 토로했다.

김 작가는 또 "재일동포의 경우 식민지 종주국이었던 일본과 차별의 동포사회, 그리고 고국이라는 세갈래 애매함 속에서 정체성을 조감도처럼 직시하며 창작해왔다"며 "그 창작의 원점 속에는 식민지 종주국에 대한 주박들이 옹이처럼 박혀 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는 미국, 캐나다, 남미 등에서 개척한 이민문학과 본질적으로 다른 문학으로, 이를 식민지문학이라 생각한다"며 "그 잔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숙명적인 이 명제를 재일 문인들이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의 대상이 되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2017 전국문학인 제주포럼이 13일 개막한 가운데 오리엔탈호텔 회의장에서 '재일제주인 문학과 한국문학' 세션이 진행되고 있다. 김봉철 기자

곽형덕 평론가(카이스트대학)는 일본어가 아닌 언어를 모어로 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일컫는 일본어문학으로서의 재일조선인 문학을 단순한 '마이너 문학'으로 한정하는 것을 경계했다.

곽 평론가는 "재일조선인문학은 오키나와문학과 마찬가지로 식민주의라는 슬픈 억압의 역사, 민족을 단위로 일본의 내셔널리즘과 맞서며 새로운 공생적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이들 문학을 마이너 문학으로한정하면 메이저 문학에 대한 소외와 항전만이 강조돼 문학적 보편성과 세계문학으로서의 가능성이 간과되기 쉽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시종·김석범·양석일 재일작가에 대해 자기 민족 집단이 당면한 현재적 문제를 첨예하게 인식하면서도 자민족 중심보다 인류사적 차원에서 고찰하는 작가들로 분류했다. 

곽 평론가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은 차별과 분단, 전쟁이 비등한 참혹한 과거가 존재해왔다. 끔찍한 폭력이 반복되는 가운데 불가능해 보이는 조국의 자립과 독립, 혹은 통일을 꿈꾸는 재일문학이 걸어온 길이 주목되는 이유"라며 "그런 의미에서 재일조선인문학은 국민문학의 경계를 묻고 있을 뿐만 아니라 풍화돼 가는 역사의 기억을 타자의 언어로 새겨나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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