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찍의 그림자만 보고도 놀래는 말은 이웃 마을에 아무개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놀래는 사람과 같다.채찍이 털에 닿고 서야 놀래는 말은 자기 마을에 죽은 이가 있음을 보고 놀래는 사람과 같다.그리고 채찍이 살갖에 이르러서 놀래는 말은 친척이 죽은 것을 보고서야 놀래는 사람과 같다.채찍을 맞아 뼈에 사무치도록 아파야만 놀래는 말은 자기가 병들고 앓아 누어서야 비로소 놀래는 사람과 같다...

 사마유(四馬喩),세상의 무상함을 느낌에 있어 그 느낌의 속도가 빠르고 느림이 있는 것을 네 마리 말에 비유한 불가의 고사성어다.

 초나라와 한나라가 중원의 패권을 다투던 막바지,유방이 항우의 역습에 휘말려 일촉즉발의 궁지에 몰렸다.유방의 부름을 받은 한신의 군대가 항우의 군대를 격파하고 마침내 한나라가 천하를 제패했다.한신 그는 한(漢) 건국의 일등공신이었다.어느날 한신이 반란을 꾀한다는 소식이 유방에게 전해졌다.유방이 꾀를 내어 천하무적의 한신을 체포했다.한신이 탄식했다.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고,하늘을 나는 새가 없어지면 활을 창고에 처박아 놓으며,적국을 모두 멸하고 나면 공신들을 처치한다는 말이 과연 맞기는 맞소 그려... ”

 이른바 앞서의 사마유의 가르침이나,교토사 주구팽(狡兎死,走拘烹)의 교훈은 시공을 초월한다.총선을 앞둔 우리의 정치판에 태고적 팽(烹)소리가 요란해지면서 장탄식이 흘어 나오고 있다.내로라 하는 한나라당의 중진들이 공천과 관련,졸지에 물을 먹고 앉은 모양이 그것이다.김0환·이0택·조0·신상0·김0일...도데체 그들이 어떤 인물이던가.자타가 공인하는 속된말로 '킹 메이커'들이 아니던가.전두환·노태우·김영삼대통령이 대권을 잡는 일에 한신의 역을 마다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다.비록 한차례의 실패는 있었어도 집권당의 대권후보와 오늘날 원내 제1당의 야당총재를 옹립하는데 일등의 공을 세운 사람들이다.한나라당이 있기까지 그야말로 일등공신인 그들에게는 오늘의 세상사가 너무도 무상하다.

“개혁도 좋지만 인간이 신의도 생각해야 하는데 정말 이럴수 있나... ” 팽을 당한 당사자의 항변은 차라리 측은하기 까지 하다.

 군대다루기는 다다익선이라고 하던 한신,대통령의 조련사 이른바 '킹메이커'인 한나라당의 그들. 네 마리의 말처럼 채찍이 닿는 느낌을 일찍 알고 더디 알았을 뿐, 세상사 무상함은 어제 오늘의 새삼스런 얘기는 아닐터.<고홍철·논설위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