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와산리에서 만난 송전탑 인근 주민들이 도청·한전과 작성한 합의문을 들어보이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자료사진

도, 대통령 제주 공약에 송·배전선로 지중화 포함
지방비 투입 없이 국비·한전 예산 8341억원 책정

10년째 추진되지 않고 있는 조천읍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이 '대통령 공약'에 발목 잡히면서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주도가 지역별 대통령 공약에 '송·배전선로 지중화 사업'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국가균형발전전략'이 발표되는 연말까지 사업 시행을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도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기구인 '지역발전위원회'는 연말까지 각 시·도별 대통령 지역공약을 중심으로 한 '국가균형발전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도는 대통령 제주 지역공약으로 '제주경관 보전을 위한 송·배전선로 지중화' 등 12개 세부과제를 분류하고, 국가균형발전전략에 우선 반영될 수 있도록 중앙 절충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중 송·배전선로 지중화 사업 예산은 국비 4171억원·기타(한국전력) 4170억원 등 8341억원으로 책정됐다.

도가 제주지역 지중화 사업을 지방비 투입 없이 국비와 한전 예산으로만 시행하겠다는 것으로, 이에 대해 조천읍 주민들은 허탈감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2003년 당시 북제주군 주민들과 도내 환경단체들은 송전탑 인근 토지 이용 효율성 저하 등을 이유로 한전 제주지사가 착수한 '154㎸ 조천분기 송전선로' 사업을 반대했다.

결국 법정공방 끝에 2007년 도와 한전, 마을 주민 3자는 '신촌-함덕리' 구간 우회도로 준공 시 '대체 지중선로'를 완공하기로 하는 내용의 '조천분기 송전선로 사업 관련 공동 합의문'을 체결했다.

그러나 합의문 체결 이후 현재까지 해당 지역의 지중화 사업이 추진되지 않고 있다.

특히 한전 제주지사는 도가 부담해야 할 지중화 사업비 절반을 공사 완료 후 5년 후부터 5년간 균등 분할해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도는 이마저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수용하지 않으면서 주민과의 약속을 기만하고 있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여기에 대통령 제주 지역공역에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조천읍 지중화 사업을 위한 지방비는 편성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사실상 합의문 이행에 대한 의지 자체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도 관계자는 "국가균형발전전략에 포함될 경우 국비로 지중화 사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지방비 편성에 대해 검토만 하고 있을 뿐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